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6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7] 꼿꼿한 등, 뚫어지게 보는 눈… 선비의 자세

(출처-조선일보 2013.03.21 손철주 미술평론가) 등뼈를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품새가 단정하고 엄숙하다. 복색은 '블랙 앤 화이트'인데, 절제된 단순성이 멋스럽다. 차림에서 벌써 기품이 감돈다. 그가 입은 옷은 심의(深衣)다. 사대부와 유학자의 간편복인 심의(..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6] 황홀한 봄은 금세 가고, 꽃향기는 쉬 스러지나니 페이스북 트위터 구

(출처-조선일보 2013.03.07 손철주 미술평론가) 꽃 사랑도 지나치면 밉보인다. 이를테면 두보 같은 대시인의 탄식이 그렇다.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은 깎이는데/ 바람에 만 점 흩날리니 진정 시름겹구나.' 시구로야 더할 나위 없는 절창인데, 되뇌어보면 어떤가. 낫살 든 자의 엄살기가 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5] 분 냄새 넘실댈 듯, 한껏 달뜬 女心이여

(출처-조선일보 2013.02.27 손철주 미술평론가) 내간(內間) 풍경을 좀 훔쳐보련다. 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보암보암이 어엿한 집안의 규수는 아닐 테다. 꾸민 티가 색스럽고 하는 짓이 들떠 있다. 치마가 강동해서가 아니라, 무릎 한쪽을 올리는 바람에 속곳이 살짝 드러났다.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4] 은사(隱士), 사무치는 고독을 견디는 사람

(출처-조선일보 2013.02.19 손철주 미술평론가) 첩첩산중에 바위들이 덧나고 포개졌다. 늘어선 모습이 매우 사납다. 산은 살집을 다 발라내고 뼈다귀만 추려낸 꼴이다. 이것을 일러 '동골(冬骨)'이라 하니, 곧 겨울 산수화(山水畵)의 전형이다. 산 아랫도리에 꼽사리 같은 초가 세 채는 디귿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3] 농사꾼의 아내는 서산에 해 져야 비로소 호미를 씻네

(출처-조선일보 2013.02.05 손철주 미술평론가) 흙내 풍기는 시골 여인이 들판에 서 있다. 고개 돌려 어딘가를 골똘히 지켜보는 뒷모습이다. 얼굴이 안 보여 그럴까, 겉에 입은 일옷에 눈길이 먼저 간다. 선바람으로 나선 매무시가 분명한데, 차림차림이 뜯어볼수록 야무지다. 머리에서 발끝..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1] 졸렬한 듯 오만, 속 좁은 듯 굳나니… 나는 선비다

(출처-조선일보 2013.01.20 손철주 미술평론가) 머리에 쓴 복건 속으로 상투관과 망건이 비친다. 빛 고운 옥색 도포가 앉음새에 따라 주름졌다. 손때 묻은 책상은 나뭇결이 살아있고, 좌우에 놓인 책갑(冊匣) 사이로 책 한 권과 끈 달린 안경, 거북 껍질 무늬로 장식한 두루마리 등이 나란하다..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8] 초승달처럼 시리구나, 고단한 民草들의 삶이여

(출처-조선일보 2012.12.23 손철주 미술평론가) '돌아온 행상' - 김홍도 그림, 비단에 수묵 담채, 73×37㎝, 18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아래 사진들은 그림의 인물 부분을 번호 순으로 확대한 것. 화면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더듬어 보자. 초승달이 나뭇가지로 내려..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6] 다들 자기 이름만 아끼면, 나랏일은 누가 맡나

(출처-조선일보 2012.12.09 손철주 미술평론가) '허유와 소부'(부분) - 한선국 그림, 종이에 담채, 34.8×24.4㎝, 17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요(堯)는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聖君)이다. 그 태평하던 시절에 허유(許由)는 숨어 살았다. 허유는 고결한 인물이었다. 요 임금은 그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