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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核 對 非核' 가능 시대에 대한 자신감

바람아님 2015. 2. 26. 10:04

(출처-조선일보 2015.02.26 양상훈 논설주간)

비핵 MD 기술 발전으로 核만 핵을 막는다는 상식, 조금씩 깨져가는 중
북핵 효용성 추락하면 진정한 남북 협상 가능… 전화위복 자신감 가져야


	양상훈 논설주간 사진
곧 죽을지 모르는 주제에 남 걱정하는 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가 중국을 자극한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론 아직 우리 사회가 북핵 치매에 빠지지는 않아 이런 논란이라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NT 2만t짜리 표준(핵)탄 2~3개면 북한이 60년간 쌓은 재래식 군사력 전부와 맞먹는 

위력이라고 한다. 그런 핵무기를 북은 최대 수십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안에 100개를 넘길 것이란 분석도 공공연하다. 

북한은 핵 모험 투자로 한반도 군사 지형을 일거에 역전시켰다. 

우리 사회의 특성상 그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기는 어려울 것이고 북한이 머지않아 

우리 눈앞에 드러내 보여주게 될 것이다.

미군과 우리 군 모두 북(北)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20년 이상을 끌어온 한반도 핵게임은 북이 4차 핵실험과 뾰족한 탄두 모양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날 

새 장(章)으로 들어간다. 북의 준비는 끝나 있다. 김정은의 명령으로 10분 안에 서울서 핵이 터질 수 있다는 게 공인된 이후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일지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그때의 게임 체인저가 우리가 아니라 북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의 북핵 영향 분석은 암울해서 가장 작은 피해가 통일 희망의 상실이다. 

우리 삶의 토대에 지진과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 흔히 핵을 절대무기, 궁극무기라고 한다. 

재래식 전력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매년 300억달러의 국방비를 쓰면서 이룩해놓은 군사력이 사실상 

무력화돼버렸다. 실로 망연자실할 위기다.

그런데 여기에 재래식 첨단 군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라는 변수 하나가 등장했다. 

국방부가 북핵을 킬체인(사전 파괴)과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로 막겠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다. 

남북 간 거리가 짧은 데다 이동식 미사일 사전 탐지와 발사 후 요격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술들은 생각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핵 미사일을 100% 사전 파괴, 중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은 단 한 발만 떨어져도 회복 불능의 피해를 입히는 것도 사실이다. 

북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요격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북의 입장에서도 죽기 살기의 결단으로 발사한 핵미사일이 요격돼 실패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패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북도 잘 알고 있다.

핵엔 오로지 핵으로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시돼 온 군사 사상이었다. 

미국의 핵 안보도 대륙간핵탄도탄, 전략핵잠수함, 전략핵폭격기 3축 체제였다. 

냉전 이후 정세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이 상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부시 행정부가 '재래식 미사일 방어'를 핵 안보 체제에 편입시켰다. 이른바 신(新)3축 체제다. 

핵무기가 독점하던 절대 아성에 비핵무기가 발을 디딘 것은 그 능력이 입증되고 사용 가능성과 실효성은 핵무기를 

압도한 데 따른 것이다('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한국안보문제연구소).


미국은 핵에 비핵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핵에 핵으로 맞설 수 없는 우리의 희망도 결국 여기에 있다. 

한·미가 합의한 북핵 '맞춤형 확장 억제'는 미국이 보유한 우주·해상·지상의 모든 핵·비핵 억제 자산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고도화되고 있다. '맞춤'과 '확장'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요격 성공률은 9%였다. 지금 최신형 요격 미사일의 성공률은 70~80%에 이른다. 

이렇게까지 진보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앞으로 요격 성공률이 90%, 95%를 넘어서고 

그에 앞선 사전 타격 능력도 배가되면 핵의 군사적·정치적 절대성은 지금 같을 수 없다. 

이렇게 남쪽에 드리울 북핵의 그림자를 줄여나가면 언젠가 예상을 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2013년 3월 28일 한반도 상공에 B 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출현하고, 바다에 SBX(해상 배치 초대형 미사일 탐지 레이더)가 

추진된 것은 미국이 일부러 김정은에게 맞춤형 확장 억제를 눈앞의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한·미는 NATO 외엔 처음으로 확장억제정책위(EDPC)를 구성하고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에서 확장 억제 운용 연습을 실시했다.

올해 안에 북핵 미사일 탐지·요격이 군 작전 계획으로 완성된다. 한·미 훈련은 그 시뮬레이션의 장(場)이다. 

북이 한·미 훈련에 반발하는 것은 맞춤형 확장 억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확장 억제에 안주할 수 없고 우리 역할을 늘려가야 한다. 

엄청난 돈이 들지만 국방비 배분의 우선순위 조정 자체가 북에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북핵 폐기가 어려워진다면 북핵의 효용성을 추락시켜야 한다. 

북의 핵위협이 힘을 잃어가는 그만큼 진정한 남북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어쩌면 전화위복으로 기회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