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핫 이슈

[사설] 모처럼 합의된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되려면

바람아님 2015. 3. 23. 11:20

[중앙일보] 입력 2015.03.23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 회의가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원칙적 차원에서 합의했다. “모두에게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공동 회견문을 낸 것이다. 2007년부터 매년 열려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와 정상회의는 과거사·영토 문제로 세 나라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 협력을 복원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냉전 시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미국과 동맹,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한·중·일 간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3국 협력이 활성화되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양자관계와 무관하게 3국 협력을 항구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3국 정상회의 개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이 외교장관 회의 내내 8월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을 보고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장국인 한국이 과거사와 별도로 한·중·일 협력은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어렵사리 합의가 도출됐다고 한다. 그런 만큼 3국 정상회의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이나 8월 담화에서 과거사에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한·중·일 정상회의는 급물살을 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북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정부도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