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최악의 노인빈곤율 더 이상 방치 안된다

바람아님 2015. 5. 23. 08:56

경향신문 2015-5-22

 

이제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의 폐부를 찌르는 통계들로 가득하다.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수치지만 정부는 할 일 다했다는 듯 뒷짐만 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소득 및 자산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 34개 회원국의 상위 10% 평균 소득은 하위 10% 평균 소득의 9.6배에 달했다. 1980년대 7배, 2000년대 9배보다 격차가 커진 것이다.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더 컸다. 2012년 상위 1%는 전체 자산의 18%를 보유했지만, 하위 40%는 고작 3%만 갖고 있었다. 일해서 돈 버는 속도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빨라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는 피케티이론을 현실에서 만난 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만 떼어놓고 보면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격차가 10.1배로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인 12.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 노인 자살률까지 1위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세계 10위권 경제국을 얘기하면서 노인들의 삶을 이렇듯 피폐해지도록 방치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불평등 심화와 노인들의 빈곤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더 이상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다. 두 사안은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 게 뻔하다. 물론 정부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태껏 의지나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부자와 대기업이 자기 몫의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OECD의 권고는 무시되고 있다. 노인빈곤 문제 역시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초연금 몇 푼 더 쥐여주는 것으로 해결된 양 여기고 있다.

노인문제는 자식이 부모로부터 이탈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국가가 그들을 껴안는 속도는 느려 간극을 메워주지 못하면서 심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해야 하지만 열악한 일자리뿐이고 그나마 건강 때문에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를 감안하면 노인빈곤 해소는 그저 시장에서 소득을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안이다. 현재 한국의 노인인구는 600만명이다. 10년 내 1000만명 시대가 예상된다. 더 늦기 전에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등을 통해 노인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접근 방식 역시 예산에 따라 복지 크기를 밀고 당기는 형식적 논의가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