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한국 교육 자화자찬 아닌 근본적 변화를"

바람아님 2015. 5. 20. 08:47

경향신문 2015-5-20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교육 분야 최대 국제회의인 '2015 세계교육포럼'이 어제 인천 송도에서 개막돼 22일까지 진행된다. 인천 세계교육포럼은 1990년 태국 좀티엔, 2000년 세네갈 다카르에 이어 15년 만에 세 번째 개최되는 것으로서, 2030년까지 향후 15년 동안 세계 교육의 발전 목표와 실천 방안을 설정하는 자리다. 이번 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와 100여개국 교육 관계 장차관, 비정부기구(NGO) 대표, 전문가 등 1500여명이 참석하며, 합의된 내용은 '인천선언'으로 발표된다.

전 세계 교육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라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말하듯이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자본도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교육 덕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개회식 축사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의 저력도 교육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교육 지원이 큰 힘이 됐음을 밝혔다. 포럼 주관 부서인 교육부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오늘 '교육이 발전을 이끈다-한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특별 세션을 진행한다. 교육 강국으로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세계교육포럼 개최국으로서 우리 교육의 발전 과정과 교육 정책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교육운동연대 등 3개 전국 연대체와 가톨릭환경연대 등 79개 청소년·교사·시민사회단체는 어제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경쟁, 과도한 사교육, 부당한 규제야말로 한국 교육의 현 실태"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썩어가는 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시경쟁교육 중단, 과도한 학습시간 규제, 교육격차 해소, 취업률 기준의 학교평가 폐지 등 13가지 국내 교육 문제점의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세계교육포럼에서 정부와 시민단체가 우리 교육에 대해 이처럼 극과 극의 인식 차를 보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잘 알 것이다. 교육부는 세계교육포럼을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는 데 머물지 말고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