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문화 정수 고스란히 간직…호남고속철도로 훨씬 가까워져
'한국 남종화의 산실' 운림산방…남도석성·세방낙조 등 유적지 볼만
'한국 남종화의 산실' 운림산방…남도석성·세방낙조 등 유적지 볼만
세계일보 2015.06.10
제주도(1833㎢), 거제도(379㎢)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섬(375㎢)이다. 강화도보다 조금 더 크다. 섬 같지 않은 섬 진도는 그림, 노래, 민속문화 천지다. 남도를 예향이라고 부르는데, 진도는 그 예향의 진원지다. 남도 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보배로운 섬이다. 한마디로 흥과 멋의 고장이다. 진도의 강강술래, 아리랑, 소포걸군농악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진도가 진정으로 예향인 이유는 서화가무 문화유산의 맥을 끊이지 않고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깊은 슬픔에 잠겼던 진도가 다시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진도는 솔직히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진도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 또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예전 수준으로만 회복되었으면 하는 게 진도군의 바람이다. 그러한 진도의 열정에 불을 당긴 건 호남고속철도 개통이다. 버스로 6∼7시간 걸렸던 곳이 이제 그 절반의 시간이면 진도 땅을 밟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드디어 진도대교의 위용이 드러난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를 건너 진도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2013년 11월 세워진 진도타워와 한국 남종화의 산실인 운림산방, 진돗개선수촌(진돗개 공연장), 장전미술관(남진미술관), 남도진성, 세방리 낙조 체험을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저녁시간엔 소포리에서 전통남도소리체험을 하며 예향의 향기를 일부분 음미했다.
진도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진정한 여유가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됐다. 진도는 결코 외로운 섬이 아니었다. 육지를 덮이는 가마솥 같은 뜨거운 섬이었다. 진도 이야기를 '보배섬 진도를 가다'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진도대교(484m)로 버스가 진입하는 순간 역사의 거대한 장막이 걷혀진다. 이곳은 400여년 전 국운을 걸고 왜군과 싸운 조선 수군이 피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니라!' 두 눈을 부릅뜨고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도 그려진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조선의 아낙들이 피맺친 심정으로 강강수월래를 펼쳤던 망금산의 전경도 저 멀리 보인다. '소리내어 우는 바다 길목'인 울돌목(명량해협·294m)을 지나는 기분은 이렇듯 사뭇 비장하고도 가벼운 설레임으로 뒤범벅되어 요동친다. 울돌목의 거센 물살처럼 말이다.
운림산방은 예향 진도의 얼굴이다. 진도답사의 일번지다. 시·서·화에 능해 삼절로 불렸던 소치 허련(1808~1893)로 인해 진도는 진정 진도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소치는 그림만 잘 그리다 간 사람이 아니다. 무과에 급제해 통정대부를 거쳐 지중추부사 벼슬까지 한 무인 출신이다. 문무를 겸비한 진정한 선비였던 셈이다.
소치는 40대 후반에 낙향해 희귀한 꽃과 나무로 가득찬 운림산방을 짓고 제자를 기르며 자연과 하나되는 생활을 즐겼다. 아들 미산(허형)도 이곳에서 낳았다. 운림산방은 소치-미산-남농(소치의 손자)-임전 등 4대에 걸치며 남종화의 꽃을 피웠다.
◆소박한 무지개다리가 아름다운 남도진성(남도석성)
남도석성은 18번 국도변인 임회면 남동리에 위치한 역사 유적지(사적 127호)다. 고려 무신정권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군이 이 성을 근거지 삼아 몽골연합군에 항전한 의로운 땅이기도 하다. 배중손은 이 성에서 최후를 맞았다. 지금의 석성은 조선 초 왜구가 창궐하자 만호진을 설치하면서 쌓았다. 성 뒷산에 오르면 바다(남도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도포 역시 물살이 거세다. 를에서 바라보면 인접해 있는 이 성은 성벽 높이 4∼5m, 총 둘레는 600여미터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성이다. 현재 동신대 문화박물관에 의해 관아터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홍교는 쌓기 어렵다. 이곳 홍교는 나무에 돌을 쌓고 다리가 완공되면 받침대 역할을 한 나무를 불로 태워버린다. 흙을 채워 다리를 쌓고 나중에 그 흙을 빼면 다리가 쉽게 무너져버린다고 한다.
단운교가 더 나이가 많다. 단운교는 1870년 이후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쌍운교는 1930년 주민들이 세웠다. 이 두 다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게 딱 백제의 미다.
세방낙조는 진도의 서쪽 끄트머리인 지산면 가학리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 마주한다. 세방낙조전망대가 낙조 감상 포인트지만 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좋다. 하루를 열심히 산 태양이 기울면서 주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펼쳐지니까. 바로 앞 바다가 다도해 국립공원이다.
이씨는 "세방낙조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데 오늘 구름이 있었으면 더욱 아름다운 낙조 감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들려준다. 진도 여행은 세방낙조에서 정점을 찍는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 전경. 대교 아래로 울돌목(명량)의 거센 회오리 물살이 흐른다.
진도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진도타워.
진도타워 조선 수군 전투 동상.
진도타워 2층에 마련된 명량대첩 승전관.
명량대첩 해전도.
남종화의 산실인 운림산방. 말년의 소치 선생이 기거했던 곳이다.
운림산방 입구.
남도석성(남도진성). 삼별초 항전 때 배중손이 이곳에서 최후를 마쳤다.
남도석성을 걷는 팸투어 일행들.
전국 최고 수준의 일몰지로 꼽히는 진도 세방낙조.
진도 관광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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