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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섬 진도를 가다(하).. 생태관광지로 떠오르는 관매도 매력에 '푹'

바람아님 2015. 6. 17. 08:43

세계일보 | 2015.06.14

 

3개의 명품마을에 100여 가구 살아…꽁돌서 하늘다리까지 탐방로 조성

지산면 소포마을서 구수한 남도소리 체험…장전미술관선 예향 ‘펄펄’

 

 

◆소포마을 전통남도소리 체험

다도해 해상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섬 뒤로 쏙 숨어버린다. 세방리 낙조의 감흥이 채 사라지기 전에 흥을 돋울 시간을 갖는다면 오늘 밤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터. 구수한 남도가락으로 밤을 빛내준 사람들은 지산면 소포리 소포검정쌀마을 주민들이었다. 소포 소리꾼들의 공연은 육지 사람과 섬 사람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농사를 짓는 현지 주민들이 꾸미는 무대지만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전문 소리꾼 못지않은 흥을 안겨줬다.

80이 넘은 소리꾼 할머니의 얼굴은 삶의 훈장처럼 주름이 가득하고 삶의 표창처럼 검게 그을렸다. 구성지게 뽑혀 나오는 진도아리랑 가락이 마을회관 겸 공연장을 빠져 나와 밤하늘로 퍼져나간다. 별들도 신명나는 소포마을 자녁에 취하는 순간이다.

◆걷고 싶은 매화의 섬 관매도

팽목항은 이제부터 진도항이다. 진도항에는 아직도 노란띠들이 펄럭이며 그날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진도항에서 관매도까지는 뱃길로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하루 두번 배가 운항한다.

관매도는 조도(조도면)에 딸린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도 6군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섬이다. 아름다운 절경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21호인 후박나무가 있고, 최근 자생 풍란이 조성되는 등 생태관광지로 떠오르는 섬이다.

관매도는 섬 오른쪽 관호마을과 섬 맨 왼쪽인 방아섬을 날개로 매가 나는 형상이다. 섬 왼쪽부터 장산편마을, 관매마을, 관호마을이 들어서 있다. 모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지원하는 국립공원 명품마을(1호)이다. 이 중 가운데 쪽에 위치한 관매마을이 가장 크다. 3개 마을 전체 가구 수는 100여 가구에 이른다. 관매도 해변에선 '1박2일'이 촬영되기도 했다.

 

 

관호마을로 들어선다. 마실길(봉선화길)의 시작이다. 고즈넉산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인구가 급감해 사람 만나는 게 반가울 정도다. 그러나 인심이 더욱 더 뭍어날 수밖에. 해변에 가까운 고갯길에는 바람막이 돌담(우실)이 쌓여 있어 이채롭다. 강한 바닷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고 때론 방어벽 구실까지 했다고 한다.

돌담을 기점으로 해변가에선 별천지가 펼쳐진다. 천지가 돌밭이다. 그 한가운데 눈에 띄는 돌이 있으니 소위 말해 '꽁돌'이다. 돌묘와 함께 관매 8경 가운데 하나인 이 돌은 마치 설악산 흔들바위를 해변에 옮겨놓은 듯 등근 바위다. 바위에는 손바닥의 손금까지 새겨진 움푹 패인 자국이 나 있다. 꽁돌 바로 앞에는 왕의 묘처럼 생긴 돌묘가 있다.

 

이곳부터 하늘다리까지는 탐방길이다. 하늘다리는 꽁돌로부터 걸어서 30분이면 당도한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사는 맛이 이렇게 색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관매도의 한쪽 끝에 위치한 하늘다리는 갈라진 바위섬에 걸쳐져 있다. 해중 암벽이 거친 파도에 밀려나 50m 절벽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갈라진 절멱 간격은 3m 정도. 이 사이에 다리가 하늘에 떠 있는 듯 놓여 있어 '하늘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옛날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반대편인 이곳에서 날개를 벗고 놀았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하늘다리를 건너 땀을 식히며 준비해온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모습은 현대판 신선 그 자체다.

꽁돌에서 하늘다리 쪽으로 가다보면 할미중드랭이굴이 나온다. 비오는 날 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곳이다. 랜튼이 없던 시절 횃불을 들고 들어가도 저절로 불이 꺼지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서다. 횃불이 꺼지는 건 산소가 부족한 탓이겠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건 이 또한 바다와 인접한 동굴의 신비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소문 속에 끝까지 들어간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아니면 말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

 

참조로 신비의 섬 관매 8경은 제1경인 관매도 해변(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방이섬(남근바위),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폭포,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등이다. 관매도에는 7개의 마실길피톤치드 송림길(돌담길, 논밭두렁길, 매화길, 해당화길, 야생화길, 습지관찰길, 봉선화길)과 10개 코스의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관매도는 톳이 유명하다. 관매도 시멘트길 곳곳에선 햇빛을 받으며 상품화되어 가고 있는 톳을 원없이 볼 수 있다. 배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다면 관매도선착장 주변 민가에서 파는 동동주로 눈을 돌려 보자. 방금 담가 내린 동동주(한 패트 1만원)를 한잔씩 나눠서 걸치다 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를 더욱 또렷이 들을 수 있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듯 느껴지는 섬, 관매도에 가보시라. 분명 기대 이상의 것을 도시인에게 안겨준다.

 

◆남도 미술 체험의 장 장전미술관(남진미술관)

서예가 장전 하남호(1926∼2007) 선생이 사비를 들여 건립한 사립미술관이다. 장전 선생은 예서체와 행서체로 당대 화단을 풍미했다. 시내에서 8km 정도 떨어진 임회면 삼막리에 위치한다. 미술관 초입에 '남진(南辰)미술관'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미술관 이름이 남진미술관이었는데 목포 출신 가수 남진을 연상케 해 장전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장전 선생의 이름과 부인(곽순진) 이름에서 한 자씩 떼어내 지었다.

연건평 4300㎡ 미술관에 들어오면 선경이 펼쳐진다. 진도 출신 서예가로서 일가를 이룬 예술가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엿볼 수 있다. 본가(남진정사, 연원관, 온고관)와 지상 3층의 전시관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장전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대원군, 율곡 이이 등 장전이 생전에 틈틈이 수집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장전 집안 또한 대를 이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데, 조각가인 장전의 셋째 아들(하영생)이 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미술관 정원에는 조각품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이유다. 솟대 제작 체험 등 예술체험의 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 5일 저녁 서포마을 주민들이 전통남도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관매도 입구.

관매도 3경의 하나인 꽁돌. 관호마을 고개를 넘으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관매도 꽁돌 해변.

다도해를 보며 걸을 수 있는 관매도 탐방길(트레킹).

관매도 하늘다리. 다리 아래로 3m 간격으로 갈라진 절벽이 펼쳐진다.

장전미술관(남진미술관). 남종화의 대가인 장전 하남호 선생이 사재를 털어 지은 미술관이다.

장전미술관(남진미술관) 전경.

장전미술관에서 솟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