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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산수(飛行山水) ③ 삼악산에서 춘천을 보다

바람아님 2015. 6. 18. 10:36

[중앙일보] 입력 2015.05.23

춘천은 팔자를 두 번 고쳤다

 


춘천은 팔자를 두 번 고쳤다. 물과 길 덕분이다.

 1965년에 춘천댐이, 67년에 의암댐이, 73년에 소양강댐이 들어섰다. 산의 도시가 물의 도시가 됐다. 끊긴 산길 위로 물길이 났다. 2009년 여름에 고속도로가 뚫렸다. 2010년 겨울에는 71년을 달린 단선 경춘선이 복선전철과 자리를 바꿨다. 승용차로 서울 강남에서 40여 분, ITX청춘열차로는 용산에서 70여 분이면 닿는다. 막국수와 닭갈비집들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신난다. 물은 지형을 바꿨고 길은 시간을 바꿨다.

 春川, 봄내. 유안진은 여기를 ‘가을도 봄’이라고 노래했다. 그저, 다만 새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까닭도 연고도 없이 불쑥불쑥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며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온다고 했는데, 고개 들어보니 봄날이 다 갔구나. 삼악산에 서면 의암호, 시내, 소양강댐, 백두대간의 서사면이 첩첩이 펼쳐진다. 삼악산 아래 강 건너가 이제 머리 희끗한 중년들의 청춘 시절 MT 명소인 강촌이다.

 헤이 멍멍, 너는 어쩌자고 날개 위에 앉은 거냐. 구경이 좋아도 그렇지 안전띠는 매야지 이놈아.

 하산 길, 상원사 돌확에서 떨어지는 물 한 모금 마시니 후들거리던 다리가 진정된다. 대웅전 앞에서 이야기 나누던 두 보살이 커피 한 잔 하라며 붙잡는다. 모레가 부처님오신날이다. 합장.

글·그림 춘천=안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