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5/04/29 | 수정 : 2005/05/04 최홍렬기자)
불멸의 유혹/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 지음/ 백찬욱·이경식 옮김/ Human & Books
‘아름다운 나의 태양/ 열정에 들뜬 내 목소리가 들리오/ …/
그 사랑의 불꽃이 나를 불태우고 서서히 내 몸을 녹인다오’.
카사노바가 쓴 구애시다. 천하의 난봉꾼이자,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
자신을 문인이자 철학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수많은 사기극으로 재력가의 돈을 우려낸
사기꾼이며 평민 출신임을 숨기고 자기가 귀족의 아들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허영심 가득한 사내였다.
이런 사내의 자서전이 동시대의 어떤 작가 작품보다 많이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 내키는 대로 철저히 자유의지에 따라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생에 충실했던 카사노바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한 문학 작품이었다.
다른 작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야 했던 것을 그는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카사노바는 평생 여자와의 사랑, 맛있는 음식 등 여러 감각의 기쁨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여자를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느꼈고, 늘 여자를 사랑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카사노바는 첫사랑 여인 베티나에게 배신당한 뼈아픈 경험을 통해 훌륭한 가르침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순 살이 되어서까지도 끊임없이 여자에게 속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카사노바는 열아홉 살 때 유부녀 루크레치아와 뜨거운 정사를 벌이는데, 그 여관에는 남편이 묵고 있었고 여동생 안젤리카는
옆에서 숨을 죽이며 이들의 정사를 지켜보았다. 훗날 서른여섯 살이 된 카사노바는 레오닐다라는 어린 여성에게 반해
그녀와의 결혼을 서둘렀을 때, 그녀가 바로 루크레치아의 딸, 즉 자신의 친딸임을 발견한 적도 있다.
수많은 여인을 울리고 웃긴 만큼 그 역시 많은 여인들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자서전은 연애 행각에 파묻혀있던 성직자나 군인, 바이올린 연주자로서의 그의 다양한 삶의 면모도 보여준다.
▲ 카사노바의 첫 경험.(작가미상) 열다섯 살의 카사노바는
어느 날 밤 나테나·마르타 자매의 방문을 받고 두 여인과 환락의 밤을 보낸다.
패션 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자신의 옷을 직접 디자인했다.
형형색색의 조각천을 이어붙인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축제에 참가해 여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18세기 중반 베네치아를 무대로 한 C.C.(카테리나 카프레타)와 M.M.(이 여인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과의 연애담은 한 편의 드라마다.
당시 도덕 기준을 일탈한 그의 분방한 연애는 수많은 적을 만들어냈다.
그의 주변에는 모함과 루머가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한 추방·감금 등에 휘말렸다.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쇠락한 말년의 카사노바는 자신을 기억하는 친구들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한다고 했다.
이 자서전은 종교와 도덕이란 장벽에 맞선 한 풍운아의 사랑과 배신,
욕망과 분노에 대한 보고서이자 자유 영혼의 편력기로 읽힌다
Eine-Odaliske-von-Francois-Boucher-1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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