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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대로 알자"…강연·출판물 열풍

바람아님 2015. 7. 20. 11:01

이데일리| 2015.06.25

`일본 제대로 알자`…강연·출판물 열풍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의 저자 유홍준(앞줄) 명지대 석좌교수가 조선 도공 심수관의 가마가 있는 일본 가고시마의 미야마(美山) 마을에서 답사객들과 함께 ‘조선 도공 표착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창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日 역사·문화강연 봇물
유홍준·박훈 교수 '만원사례'
'1Q84' '나루토' 등
일본도서·저자 관심 크게 늘어
 일본은 우리에게 애증의 나라다.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로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문화계 안팎에서도 일본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서인가. 스타강사와 유명 저자의 일본 관련 강좌에는 늘 사람들이 몰린다. 인문학 열풍 속에서 이른바 ‘일본 배우기’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서 대표적인 독서토론프로그램인 경영자독서모임과 교보인문학석강 역시 올해 테마를 일본으로 잡았다. 출판시장에서도 일본 관련 인문학 서적은 꾸준히 읽힌다. 이외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문학·역사서, 또 만화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홍준 교수 “한국인·일본인 성장기 함께 보낸 쌍둥이”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 9층 두산웨이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강의는 제40기 경영자독서모임의 화룡점정. 평소보다 많은 회원이 찾아 좌석을 채웠다. 유 교수는 한·일 고대사와 문화교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단순히 일본의 문화유산을 나열하고 설명하기보다 아스카·나라·교토의 유적에서 백제와 왜의 끈끈한 관계를 꼼꼼하게 살피는 데 비중을 뒀다. 이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균·쇠’를 인용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서로 수긍하기는 힘들어도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라고 말했다.

청산유수 같은 언변으로 좌중을 휘어잡은 유 교수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문화를 무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450년 역사의 일본 어느 떡가게가 간판에 450년이라고 쓰지 않은 게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맞은편에는 1000년 역사의 떡가게가 있더라는 것이다.

이날 강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임진왜란 이후 국교 정상화와 조선통신사 파견을 이끈 ‘기유약조’의 막전막후에 대한 설명. 거기서 꼬여버린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후 일본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에 국교정상화를 간청했다. 조선의 요구조건 중 하나는 임진왜란 때 조선왕릉을 도굴하고 파손한 ‘범릉적’(犯陵賊)을 압송해오라는 것. 유 교수는 “일본은 조선의 요구에 어차피 죽을 사형수 2명을 ‘범릉적’이라며 보냈고 조선은 가짜라는 걸 알고도 이들을 처형하고 문제를 끝냈다”면서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박훈 교수 “일본이 두려워하는 건 일본 공부하는 한국인”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했던 ‘교보인문학석강 일본편’도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민음사)의 저자인 박훈 서울대 교수는 ‘근대 일본의 힘, 메이지 유신’을 주제로 지난 4월 특강에 나섰다. 박 교수는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일본 때문에 짜증 나는 일이 많지만 그럴수록 일본을 더 알아야 한다”며 “일본은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태우면서 소리치는 사람보다는 사소한 것까지 차분하게 일본을 공부하는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장단점을 잘 알아야 한다”며 “특히 지금의 일본을 살게 한 메이지유신이 중요한데 19세기 말까지 아시아 동쪽 끝 섬나라에 불과했던 나라가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의아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루키 ‘1Q84’ 누적판매 1위 일본저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일본 관련 서적과 일본인 저자가 쓴 책도 붐을 이룬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쓴 심리학 서적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는 올 상반기 국내 최대 판매도서고, 실용서인 ‘7번 읽기 공부법’(야마구치 마유), 소설 ‘가면산장 살인사건’(히가시노 게이고) 등도 베스트셀러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일본 관련 도서 중 2010년 1월 1일부터 올 6월 22일까지 5년 6개월여간 전체 누적판매 1위를 기록한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다. ‘1Q84’는 전체 1위는 물론 소설분야에서도 베스트5에 시리즈 중 3권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이외에 최근 일본작가들의 소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위트 히어애프터’, 미야베 미유키의 ‘벚꽃, 다시 벚꽃’,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 등이 대표적.

일본인 저자는 아니지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전4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스트셀러. 시리즈 중 3권을 역사·문화분야 1·2·3위에 올렸다. 이밖에 만화분야에서는 오랜기간 순위에 머물던 ‘원피스’ ‘나루토’ 등을 제치고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가 새롭게 부상 중이다.

 

 김성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