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7-25
중년이 되면 부부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위기가 섞여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성 문제다. 이전에는 주로 남편 쪽에서 성적 불만을 토로했다. 부인이 불감증이며 성에 관심이 없다고 불평하며 외도의 구실로 삼았다. 남편의 외도가 탄로 나는 것과 동시에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편이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아내들이 등장하고, 아내의 외도가 발각되어 결혼생활이 위태로워진다. 외도한 연인이나 배우자를 살해한 남자 이야기가 요즈음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마스터스 앤드 존슨의 연구에 의하면 중년의 성 문제는 신체적 기능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의 문제라고 한다. 그들은 “부부의 성 문제를 도울 때 정서적 관계 회복에 초점을 둔다. 성행위에 대한 압박감은 묻어두고, 대화와 접촉을 통해 우선 친밀한 관계를 정립하도록 돕는다. 친밀한 관계가 회복되면 부부에게 다시 성적 흥미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하여 중년 부부의 성생활은 그들의 결혼생활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성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그들 부부는 잘 소통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중년의 위기 동안, 남자의 성적 능력은 그의 유일한 최대 관심사이다”는 이 지면에 몇 차례 인용된 짐 콘웨이의 말이다. 저 문장 속에 숨은 뜻은 “남자는 성적 능력이 떨어지면 배우자에게 사랑받지 못할까 봐 절박하게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 역시 성행위에서 중요한 요소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중년 남자는 “아내가 애정 없는 포옹을 할 때만큼 외로운 일은 없다”고 한다. 저 말은 아내들 목소리의 패러디 같다. “남편의 의무방어전만큼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일은 없다.” 바깥으로 돌면서 새로운 성적 대상을 찾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정서적 친밀감을 나눌 줄 모른다는 것, 내면의 외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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