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5-8-1
불법 시위에 따른 피해액을 또 국민의 혈세로 틀어막게 생겼다. 방위사업청은 배상금을 물어준 뒤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전례에 비춰 볼 때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불법·폭력 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만 광범위한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제대로 물린 적은 드물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다. 합법적인 시위라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불법·폭력 시위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를 대부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니 문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 인근에서 최근 벌어진 1인 고공시위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밀린 공사대금을 달라”며 전철역 인근에서 고공시위를 벌이면서 양방향 열차운행이 3시간 정도 중단됐다. 코레일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구속됐다. 코레일은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라도 방법이 잘못되고, 피해가 발생했다면 응당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대규모 시위라고 다르지 않다.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피해 배상 원칙은 법원 판결에서도 정립되어 가고 있다. 경찰은 2006년 11월 이후 24건의 불법시위에 대해 집회·시위 주최 측을 대상으로 피해배상 소송을 벌였다. 그중 20건은 승소하고 4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승소율이 100%에 가깝다. 배상 대상으로 삼은 것이 주로 차량·장비 등에 한정된 것이지만 피해배상 원칙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형사처벌과 함께 민사소송을 통해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당찮은 말이다.
피해를 입히고도 책임을 물리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 불법·폭력 시위를 부르고 있다. 수백억원의 혈세를 부담시키고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불법·폭력의 관행은 뿌리 뽑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제주 해군기지 피해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통해 불법·폭력 시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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