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입력 201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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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금슬도 좋았다. 조맹부는 당시 흔했던 축첩(蓄妾)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50살을 갖 넘긴 나이에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조맹부가 부인 관도승에게 넌즈시 건낸다.
“서예가 왕헌지(王獻之·344~386년) 선생은 도엽(桃葉)과 도근(桃根)이라는 첩을 뒀고, 시인 소식(蘇軾) 선생도 조운(朝雲)과 모운(暮雲)이라는 첩을 뒀음을 그대 알 것이요. 나 역시 여럿 첩을 둬도 상관 없겠으되, 나이 50에 이르도록 그저 옥당춘(玉堂春)만 지키고 있으니….”
첩을 들였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관도승은 기가 찼다. 그는 남편에게 시 한수를 내민다.
儞儂我儂,忒煞多情(그대 그리고 나, 깊은 정을 이길 수 없는 사이입니다)
情多處,熱似火(정은 깊어, 마치 불꽃처럼 뜨겁습니다)
把一塊泥,捻一個儞,塑一個我(한 덩이 진흙을 이겨 하나는 당신, 하나는 나를 빚습니다)
搜索將咱們兩個一齊打破(당신과 나를 다시 짓이겨 뭉갭니다)
用水調和(물을 다시 부어)
再捏一個咱,在塑一個我(당신을 빚고, 또 나를 빚습니다)
我泥中有儞,儞泥中有我(내 진흙 속에 당신이 있고, 당신의 진흙 속에 내가 있습니다)
與儞生同一個衾,死同一個椁(살아 생전 당신과 함께 금침을 펴고, 죽어서는 같은 관을 쓰겠지요)
결과는 뻔했다.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으로 조맹부는 첩 들이려는 마음을 거둔다. ‘我儂詞(아농사)’로 알려진 시다. 관도승의 절절한 사랑이 묻어난다.
이런저런 불륜 사건이 요즘 자주 인구(人口)에 오르내린다. 한 국회의원은 대낮 호텔 성폭행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오늘 부인에게, 남편에게 ‘내 안에 당신 있고, 당신 안에 나 있다(我中有儞,儞中有我)’는 사랑가를 읊어주면 어떨까.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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