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07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폭염에 괴로워하며 비 오는 날 구름 걷어낼 묘수가 아예 없듯이 | 苦炎熱 天披雲曾無奈 |
추사 김정희(金正喜·1786∼1856) 선생이 8월 초 폭염에 괴로워하다가 조금 익살을 섞어 시를 썼다.
비가 한창 내릴 때 비구름을 싹 걷어낼 능력 있는가? 없다.
그렇듯이 이 폭염에 시원한 바람을 불게 할 능력도 없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모기에게 피를 희사할 만큼 이타심을 보이지는 못해도 더위에 짜증 난다고
파리를 보고 환도를 뽑아들 만큼 괜히 성깔 부려서야 될까? 다 참자.
대숲에 산들바람이 잠깐 지나가는가 싶더니만 석양빛이 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그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다.
<폭염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하면 물리칠까? 벗이여! 그대가 찾아와주게.
가을 강물처럼 시원한 그대 정신을 마주하고,
얼음 같은 그대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더위는 씻은 듯 사라진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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