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내가 본 프리다] [7] 가수 이상은/ 꾸밈없이 내뱉은 그녀의 아픔, 내 靑春을 위로했네

바람아님 2015. 8. 18. 10:47

(출처-조선일보 2015.08.18 가수 이상은)

[내가 본 프리다] [7] 가수 이상은/ 꾸밈없이 내뱉은 그녀의 아픔, 내 靑春을 위로했네

내가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건 1980년대 후반 '담다디'로 가수 데뷔를 했을 무렵이었다. 
어느 날 신문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읽었다. 
우울증까지 겪으며 지독한 청춘의 성장통을 치르고 있던 내게 프리다의 자화상과 인생사는 적잖은 위로를 건넸다. 
화폭으로 내던져진 그녀의 어두운 자아는 당시 불안했던 내 모습 같아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들었다. 
게다가 여성 화가였으니 일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캔버스 안 강렬한 표정의 프리다가 나를 응시하며 속삭이는 듯했다. "괜찮아, 난 더 힘들었어!"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프리다 칼로’전시장을 찾아 프리다의 사진을 배경으로 선 가수 이상은.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프리다 칼로’전시장을 찾아 
프리다의 사진을 배경으로 선 가수 이상은. /오종찬 기자

30년쯤 흐른 지금 전시장에서 다시 만난 프리다의 그림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20대 때 본 프리다의 그림은 전혜린의 수필처럼 격정적이고 애처로웠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당당한 면모와 
삶을 향한 에너지가 눈에 들어왔다. 
프리다는 그저 질곡 가득한 인생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외도를 일삼는 남편을 향해 자신도 연인들과의 사랑으로 달콤한 복수를 했고, 
아픈 몸에도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강렬하고 화려한 의상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 프리다의 삶과도 같았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공감되는 부분이 다른 것처럼 
같은 그림 앞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토록 달라진 건 
내가 그간 변했기 때문이리라.

예술가가 성장하는 과정은 곧 작품에 투영된다. 
자화상에 매달리던 프리다가 말년에 정물화로 눈을 돌린 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수도 그렇다. 
상업적인 용도로 곡을 받아서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직접 자신이 곡을 쓰고 부르는 가수의 곡을 보면 
그 가수 내면의 기록이 보인다. 
나 역시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땐 길을 헤매는 듯 방황하는 분위기의 노래들을 썼다. 
'외롭고 웃긴 가게' 같은 노래들이다. 
이제는 삶을 직시할 여유가 생겨 그때처럼 우울하지 않지만, 대중은 그때의 음반을 명반이라며 좋아한다. 
내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우울한 기억인데 말이다. 
어쩌면 프리다의 그림들도, 대중은 자꾸만 들춰내려 하지만 프리다에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이진 않았을까.

오래가는 예술은 결국 진실이 담긴 예술이다. 
지금의 우리가 프리다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의 자화상은 고통을 승화시키기보단 꾸밈없이 배설한 흔적이다. 
그래서일까, 남을 의식한 듯한 정치색 짙은 벽화를 그렸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보다 프리다의 그림이 훨씬 울림이 크다.
예술가의 몫은 사람들이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손에 들려주는 것이다. 
가수는 노래로써, 화가는 그림으로써. 
프리다는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꺼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내면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예술가다.


프리다 칼로 전시 보려면… 
▲2015년 9월 4일까지(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중·고교생 1만원, 어린이 6000원 
▲문의 www.frida.kr (02)801-7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