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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호명호수.. 카메라, 어디를 들이대도 예술이네

바람아님 2015. 8. 22. 08:44

 한국일보 2015-8-20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로 온 국민이 사진을 찍고 공유하며 즐기는 시대다. 하지만 꼭 무거운 카메라와 커다란 렌즈가 있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도 근사한 사진이 나오는 경기도의 촬영 명소를 소개한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푸른 녹음이 가득한 경기도에서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보자.

그림 속 풍경을 거닐다 '두물머리'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노을이 지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는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품은 두물머리는 언제 가더라도 그윽한 감동을 전해준다. 느긋하게 강변을 산책하며 멋진 풍광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출사지이다. 특히 일교차가 큰 시기의 이른 아침 풍경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은은하게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두물머리의 일출과 일몰 풍경 또한 인상적이다. 하늘과 강물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노을 빛으로 물들어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두물머리의 빼어난 풍경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조선시대 이건필의 '두강승유도'와 겸재 정선의 '독백탄'으로 남겨져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고즈넉한 정취에 취해 걷노라면 마치 산수화 속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소원쉼터에서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가면 다온광장이 나온다. 그곳에 한강 8경 중 제1경을 알리는 '두물경' 표석이 세워져 있다. 푯돌 뒤로 펼쳐지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장엄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바람 속 풍경을 만나다 '임진각 평화누리'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예술작품과 하늘 속 풍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자유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 길 끝에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이 있다. 슬픈 역사의 현장으로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지만, 아픔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사람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 그곳이 바로 평화누리이다. 평화누리는 대형 잔디 언덕을 중심으로 조성된 평화로운 쉼터다. 분단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임진각을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바꾸기 위해 꾸며놓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드넓은 잔디언덕 위에 수놓아진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는 한반도를 오가는 자유로운 바람을 표현하며 돌아간다.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는 거대한 인물상도 눈길을 끈다. 4개의 대나무 인간 형상은 '통일 부르기'라는 작품으로 통일을 향한 꿈과 염원을 담고 있다. 이 밖에 소망나무, 솟대집 등 언덕을 따라 다양한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어 출사지로도 인기가 많다. 더위도 한풀 꺾였으니 평화누리에 가보자. 렌즈 속으로 서늘바람에 실려 오는 특별한 손짓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문의(031-953-4744)

가평에서 만난 천지 '호명호수'

산 정상에 호수가 있다면 어떤 풍경일까? 가평 청평면에 가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호명산 꼭대기에서 호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맞닿은 호명호수는 마치 백두산 천지를 떠오르게 할 만큼 아름답다.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진 풍광은 가평 8경 중 제2경으로 꼽힌다. 이곳은 옛날에 호랑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 해 호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 곳에 호수가 자리 잡은 것은 1980년이다. 한국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의 상부 저수지가 호명산 정상에 들어선 것이다.

호명호수에서 빼놓지 말고 꼭 들러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팔각정과 갤러리 전망대이다. 호수 산책로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팔각정이 나온다. 1층에 발전소를 소개하는 홍보관이 자리하고 2층에는 전시공간과 전망시설이 있다. 2층에서는 가평 제1경인 청평호가 내려다보여 즐거움을 더한다. 갤러리 전망대는 산책로에서 가파른 언덕을 3분 정도 올라야 한다. 전망대 아래 갤러리 카페에서 호수의 경관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좋다. 호명호수는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조용히 사색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문의(031-580-2062)

이국적인 평원의 호밀밭 '안성팜랜드'

안성시와 관련된 여행사진이나 안내책자를 보다가 넓은 녹색의 초원과 대비되는 푸른 하늘 아래 멋들어지게 서있는 나무사진을 본적이 있다면 틀림없이 안성팜랜드일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공도읍에 운영하는 안성팜랜드는 도시민들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가축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며 풀 한 포기의 가치를 배우는 목장 체험형 테마파크다. 칡소와 당나귀, 양, 거위 등 36종의 가축과 교감할 수 있는 교육시설은 물론 이색자전거와 트랙터마차, 미니기차 등 다양한 놀이시설까지 갖췄다. 팜랜드 중앙의 행사장에서 진행하는 프리스비 도그쇼와 양털깎기쇼는 사진으로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국적인 풍경에 사로잡힌 방문객이 넘쳐나고 아름다운 초원의 일출사진을 담으려는 사진애호가들이 새벽부터 자리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문의(031-8053-7979, www.nhasfarmland.com)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