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9.03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정헌/도쿄 특파원
더 큰 문제는 칼럼이 파문을 일으킨 뒤 산케이가 보인 반응이다. 한국 외교부는 1일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산케이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케이 관계자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신문에 나온 것도 아니고 온라인판에 나온 칼럼까지 모두 체크하기는 어렵다”며 “그런 칼럼이 게재돼 한·일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마치 남 얘기하듯 책임을 부정하는 태도다. 그러면서 “칼럼을 쓴 사람이 그렇게 썼고 언론의 자유도 있는데 그걸 강제적으로 삭제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1년 전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칼럼을 써 기소되자 내세웠던 ‘언론의 자유’를 또 꺼내 들었다.
산케이는 지난해 2월에는 박 대통령의 외교를 ‘고자질 외교’로 폄하하며 ‘한국의 고자질 외교는 민족적 습성 탓?’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4개월 뒤에는 서울 위안부 관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같은 달 숨을 거둔 배춘희 할머니 영정에 묵념하자 “위안부는 죽어서도 여전히 대일 역사전의 전사로 떠받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리한 기사와 칼럼으로 끊임없이 한국을 비판하는 산케이는 이미 언론으로서 신뢰를 잃었다.
이쯤에서 산케이의 전략을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한 외교 전문가는 “지금 열 받고 있는 건 한국 정부와 국민들뿐”이라며 “산케이는 파문이 커지는 걸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일본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상업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외교부가 “터무니없는 기사에 대해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한 뒤 산케이 측에 기사 삭제를 요구한 건 불필요하게 문제를 키운 판단 착오다. 온전치 못한 상대와 맞서 싸우다 보면 오히려 바보가 된다. 차라리 철저히 무시하자.
이정헌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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