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5.11.04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백담사 전경,울긋불긋 단풍이 가을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스님, 만해 한용운 선사의 땀과 눈물이 서려있는 백담사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간다. 만해 기념관에서 혜봉스님과 산방한담을 나누면서 착설차를 마신다. 비박산행의 여독으로 인한 긴장이 풀리면서 잠시 졸기도 했지만 백담계곡에서 불어오는 싱그럽고 상큼한 바람이 아주 보드랍고 살가워서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만해스님께서는 살아 생전에 곡차를 즐겨 마셨다. 스님의 흉상 앞에 탁배기 한 사발을 올리고 한 잔 대작한다. 거기에 살아서 살짝 미소짓는 듯한 스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얼굴이 어찌나 인자하고 자상해 보이든지 다정한 술친구처럼 정겨운 느낌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선문답 같은 이야기다.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것은 다 님이다. 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는 뜻이다. 잃어버린
조국이 그렇고 친구도 연인도 다람쥐도... 다 그렇다.
"저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저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가셨지마는 저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를 계속해서 되내이면서 백담사 앞마당을 돌아서 나왔다. 아쉽고 허전한 마음에 대장부의 흉리가 흔들린다. 마침내 백담사 계곡 돌다리 계단에 눈물이 뚝뚝 흘러 떨어진다.
수 십년 전 애인이 변심해서 스승을 찾았을 때도 그랬고, 사업에 실패하여 찾았을 때도, 직장을 그만 둘 때도, 정치에 실패했을 때도, 그때마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수 있게 말없이 이끌어 주신 스님의 은혜 하회와 같습니다. 만감이 주마등처럼 교차하면서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마구 쏟아집니다. 나약한 중생, 스님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또 기대고 싶어서 막무가내로 허물어집니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아니라, 쓰러질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의지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감득케 해주셨습니다.
'만해 한용운'스님은 근대사를 통틀어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인생관을 송두리채 바꿔놓은 사표이다. 인생관 자체가 '만해'이다. 적지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흔들릴때마다 백담사를 찾았고, 그리고 스님의 가르침으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수 있었다. 지금도 선사님의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듯... "땍 이놈! 그 정도 가지고 인생을... 자, 탁배기 한사발하고 우뚝 일어서거라!" 하는 불호령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들려오는 것 같다. 선사님은 호탕하셨고, 김좌진 독립군 사령관의 아들인 협객 김두한이 인생을 비관하며 만해선사를 찾았을 때도, 밤새껏 대작하며 똑같이 호통을 쳤다고 한다. 만해선사는 선생의 치열했던 삶 자체가 말해주드시 죽어서도, 내 인생에 등불을 밝혀준 은사이다.(MANHAE, You light up my life) '아! 그리운 선사님, 백담사 계곡에 붉게 타오르는 단풍의 물결이 유행병처럼 번져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민족 최대의 암흑기를 강철같은 자존심으로 지킨 만해 한용운은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이듬해 신간회에 가입하여 중앙집행위원이 되어 경성지회장의 일을 맡았다.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의 배후자로 검거되었으나, 그 후에도 독립운동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면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만해는 시인이자, 승려이면서, 독립 운동가였다. 일제와 조선총독부에 대한 저항 정신으로 집도 조선총독부 반대 방향인 북향으로 지었고, 식량 배급도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또한, 친일로 변절한 최남선이 한용운과 가까운 사이임을 자처하자, 한용운은 "'최남선'이라는 사람은 (마음 속으로) 이미 장례를 치러서 당신은 모르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다.
설악산 백담코스는 대청봉에서 백담사까지 백개의 웅덩이가 있다하여 백담사라고 이름이 불리어 졌으며,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이곳 백담사에서 “님의 침묵”을 집필하였으며, 전두환 대통령이 거처했던 사찰로 연중 인기가 많으며 특히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가을 단풍 감상에 적합한 코스로, 백담계곡과 어울어져 내설악 단풍감상의 최적 장소이다.
용대마을에서 백담사 코스 탐방로는 공간이 협소하여 일반차량으로는 통과할 수 없으며, 용대마을에서 백담사까지 셔틀버스 운행 중이다. 도보로는 약 6.5km로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차로와 탐방로가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아 탐방로 이용시 다소 불편하다.
※ 용대버스 운행시간 : 성수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 비수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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