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2-10-25
유럽인들은 카페에 가면 무조건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거나 날씨가 쌀쌀할 때만 실내 좌석을 선택한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거리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더불어 햇볕을 쬐는 덤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신 경적을 눌러대며 공격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기세와 그들이 뿜어내는 매캐한 배기가스로 가득한 서울의 거리, 볼품없이 덩치만 큰 위압적인 자태로 행인의 가슴을 죄는 빌딩숲의 삭막한 풍경 앞에서 차 한 잔 마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파리 생제르맹데프레의 명소 ‘르 보나파르트’ 카페의 테라스 석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을 가만히 살펴보라. 대화에 몰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은 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 시켜놓고 멍하니 도시의 정취를 즐기면서 하루 내 쌓인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있다. 파리 여행은 카페에 앉아 거리를 응시함으로써 완성된다고 할 정도로 카페는 마음의 여유를 추구하는 프랑스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마음의 여유는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는 데서 나온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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