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설‘이란 게 있다. 인류학자 커스틴 호크스가 폐경기 의문을 풀기 위해 세운 가설이다. 요점은 간명하다. 할머니는 번식에 도움을 준다. 손주를 돌봐 후손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경험칙도 그렇지만 과학적 자료도 풍부하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어떨까.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자유지만 학술적 입증은 쉽지 않다. 민망하게도 반례만 줄줄이 수집된다.
‘아버지 사랑은 무덤까지 이어지고, 어머니 사랑은 영원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러시아 속담이다. 자식 사랑은 본능이다.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나. 강약이 있다면 개체 차이가 크게 작용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남녀 차이도 분명히 있다. 모성애가 아무래도 강력하다. 할아버지는 간 곳 없이 할머니 가설만 먹히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성장 환경은 좋지 않았다. 부모에 대해 “버지니아의 평범한 집안, 굳이 설명하자면 이류가문 출신”이라 설명할 정도였다. 자신에 대해선 “성인이 됐을 때도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읽고 쓰고 셈하는 정도는 겨우 할 수 있었지만”이라 했다. 그렇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 링컨도 어머니에 대해선 최상급 헌사를 던졌다.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라고. 그렇게 어머니는 위대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11·13 파리 테러에 치를 떠는 프랑스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칠레 국적의 엘사 델플라스와 그 어머니 파트리시아 산 마르틴 모녀의 모성애에 우는 것이다. 델플라스는 다섯살배기 아들 루이스와 함께 테러 현장인 바타클랑 극장을 찾았다가 아이 몸을 필사적으로 감싸 안아 총격전 총알을 막으면서 세상을 떠났다. 아이 할머니인 마르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홀로 살아 남았다.
고대 그리스 작가 에우리피데스는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은 없다”고 했다. 왜 델플라스와 마르틴뿐이겠는가. 이 땅의 어머니도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영원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사랑이다. 거듭 무릎을 꿇게 된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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