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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의 영하 65도 야쿠티야 이야기-12-① 시베리아 사람들은 왜 한국에 열광하는가?

바람아님 2015. 12. 18. 11:10

  • (출처-조선일보 2015.06.19 강덕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사하 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시에는 사하-한국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해외에 세워진 여느 한국학교와는 의미가 아주 다르다. 이 학교는 러시아의 정규 학교이다. 
    학교 설립을 현지 정부가 주도한 만큼 운영을 위한 예산도 모두 현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다. 
    학생들도 현지인들이다. 현지 외국인을 위한 한국 학교로서는 아마 세계에 유일한 학교가 아닐까?

    1992년 사하공화국이 러시아 연방 내 자치공화국이 되었다. 
    이곳에 살던 고려인들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고려인 협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한국말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시 정부에 청원하였다. 다른 소수민족처럼 자기 말을 공부할 기회를 달라고. 학교 설립을 요청하였다. 
    시 정부는 고려인들의 청원에 근거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당시 사하공화국은 국가의 근대화가 시급하였다. 
    사하-한국학교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였다.

    오랫동안 시베리아는 러시아의 변방이었다.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었다. 
    영국 여행가 안나 레이드는 1992년 야쿠티야를 다녀갔다. 그리고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썼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을 취재했던 외신 기자는 한국을 가리켜 “장미가 필 수 없는 쓰레기 더미”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하면 안나 레이드는 사하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19세기 야쿠티야를 관할하던 이르쿠츠크 총독의 말도 인용하였다.
    야쿠츠크 시 중심가의 한국 병원 광고.
    야쿠츠크 시 중심가의 한국 병원 광고.
    “야쿠트 인을 발가벗겨 돼지우리 안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되겠소? 얼어 죽을까? 아니오. 
    1년 뒤엔 그 돼지우리가 큰 저택으로 변해 있을 거요!” 총독이 당시 그를 찾아간 영국의 탐험가에게 했다는 말이다.
    총독의 에피소드는 야쿠트 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한 마디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에는 150여 민족이 살고 있다. 
    야쿠트 인은 이들 민족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야쿠트인은 40만명밖에 안 된다. 
    그러나 한반도의 15배가 되는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이 영토 안에는 모든 희귀금속이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타타르, 바시키르, 하카스, 네네츠, 코미, 알타이 같은 민족들은 인구 수에서 야쿠트인보다 적지 않다. 
    그러나 언어나 문화 정체성에서는 취약하다. 얼마 전 바쉬키르 국립대학교 교수를 야쿠츠크에서 만났다. 
    그가 야쿠츠크에서 가장 부러워한 것이 바로 언어 문제였다. 
    사하공화국에서 야쿠트 어는 공용어로서, 문화어로서 러시아어와 대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방으로 가면 러시아어를 몰라도 불편하지 않다. 
    이것은 지난 20년 사하 공화국이 이룩한 발전 중의 하나이다.

    1995년 4월 사하 정부의 초청으로 처음 야쿠츠크를 방문하였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몸은 얼어 있었다. 
    하바롭스크에서 갈아탄 비행기는 난방되어 있지 않았다. 4시간 뒤 착륙이 가까워지자 따뜻한 훈기가 돌았다. 
    몸을 녹이기에는 너무 늦었다. 모든 승객이 두꺼운 코트에 털모자, 부츠를 신고 있었다.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승무원에게 말을 붙일 분위기도 아니었다. 
    안전하게 도착한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