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열차 가는 당일치기 투어
게다가 속도, 기가 막힌다. 시속 30㎞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다. 첨단으로 무장한 속도의 시대에 느린 것도 반전인데, 이 열차 한 술 더 뜬다. 응사(응답하라 1994), 아니 '응팔'을 앞세운 복고 열차다. 우선 화석연료 따위를 비웃는 태양열 연료의 친환경 구조.
게다가 문, 그 옛날 접이식 승강문이다. 이것만 해도 짠한데, 시간을 뭉텅 잘라 과거로 돌려놓는 기가 막힌 물건이 있다. 열차 칸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선 목탄 난로. 그 위 천장에는 그 옛날 회전식 '선풍기'까지 달려 있다. 통유리 창은 또 어떤가. 눈으로 백설기처럼 하얗게 변신한 백두대간 V자 협곡 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힐링 열차다.
올겨울 코스는 더 압권이다. 일단 이 V-트레인, 산타열차로 둔갑한다. 열차 내에는 산타 복장을 한 승무원들이 캐럴 이벤트를 펼친다. 출발은 서울역. 일단 출발은 O-트레인이다. O-트레인은 코스 자체가 '원 모양'이라 O라는 애칭이 붙은 열차.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사계절이 모티브다. 관광 테마열차 중 유일하게 어린이 전용을 표방하고 있다. 전망석과 커플룸, 패밀리룸 외에 따로 키즈카페 같은 유아 놀이 공간이 있다.
도착역은 분천. 사계절 내내 산타마을인 이색 간이역이다. 역사 굴뚝에 매달린 산타 조형물에 루돌프 조형물까지 영락없이 북유럽 분위기다. 역 바로 옆에 눈썰매장과 함께 추억의 얼음썰매를 탈 수 있는 얼음썰매장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산타 마차도 있다. 출출할 때는 장작불에 고구마·감자를 구워 먹는 간식도 있으니 꼭 맛보실 것. 루돌프를 대신해 당나귀가 끄는 산타 마차도 인기다.
다음 코스는 V-트레인으로 옮겨 탄 뒤 향하는 철암역. 철암역까지가 V-트레인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응팔' 구간이다. 철암역 역시 복고 분위기. 탄광역사촌을 둘러본 뒤 컴백이다.
▶산타열차(V-train) 산타마을 즐기는 Tip〓오는 2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운행한다. 당일치기 코스. 가격은 8만9000원이다. www.korailtravel.com. 1544-7755
# '응팔' 간이역 찍는 환상선 눈꽃열차
출발은 오전 6시 30분 서울역. 추전역, 승부역을 거쳐 분천역 산타마을을 찍고, 인삼과 '정도너츠'의 고장 풍기를 둘러보는 당일치기 코스다.
추전역은 기록의 간이역. 역사 앞에는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라는 글귀가 새겨진 석비가 떡하니 놓여 있다. 섬뜩하다. 마치 스위스 융프라우 요흐역에 살벌하게 서 있는 'Top of Europe, 3454m, 1만1333ft'라는 문구의 비장한 느낌이다. 맞다. 이곳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간이역이다. 여름에도 석유 난로를 땔 정도.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고 적설량도 가장 많다. '눈꽃열차'가 찍기엔 가장 안성맞춤인 역인 셈이다.
'승부역'은 그야말로 복고 분위기. 역 주변에 집 대여섯 채가 전부였을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오 지역이다. 역사 앞 석비에는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첩첩산중. 역사도 세평처럼 앙증맞다.
승부역을 지나면 이내 산타마을 분천역이다. 앞에서 구구절절 설명했으니 생략. 다음 코스가 풍기역이다. 풍기역 코앞이 인삼시장이다. 풍기 인삼은 영주 사과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특산물이다. 아, 인삼은 그냥 놓고 오시더라도 풍기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먹거리 '정도너츠'만큼은 꼭 사오실 것.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은은한 낭만 양념이 느껴지는 게, 추억의 바로 그 맛이다.
▶환상선 눈꽃열차 즐기는 Tip〓출발일은 19일 토요일. 연초까지 비슷한 코스의 설국열차가 운영된다. 가격은 5만9000원. www.korailtravel.com. 1544-7755
※ '응팔' 버킷리스트 추억의 간이역
1. 득량역
보성군 득량면 득량역. 경전선 라인이다. 1970년대를 테마로 한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를 연다. 역 주변 상가에서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준다. 추억의 통기타 공연과 기차놀이 플래시몹, 추억마을 순례 등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리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득량역과 득량면주민센터 사이 거리는 아버지 세대 향수를 살려 복고풍으로 꾸며진다. 역 주변에는 이발소, 구멍가게, 옛날 학교, 다방 등을 갖춘 1970, 1980년대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2. 벌교역
1930년 문을 연 벌교역은 근현대사의 굴곡진 사건들이 일어났던 역사의 현장이다. 벌교역 주변에는 소설 태맥산맥(조정래 작)에 등장하는 보성여관이나 문학관 등이 있는 태백산맥 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3. 남평역
무인 간이역인 나주 남평역은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의 배경 역이다. 역 광장에는 100년 된 벚나무가 역을 감싸고 있다. 대합실에서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장미넝쿨이 우거져 있다. 남평역은 2006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99호)으로 지정됐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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