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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구멍 무덤, 고대 한일교류 미스터리 푸는 열쇠 될까

바람아님 2016. 1. 1. 00:25
동아일보 2015-12-31

‘열쇠구멍 무덤이 고대 한일 문화교류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까?’

한 해를 불과 이틀 남긴 29일 국립경주박물관. 연휴 직후 세밑인데도 한일 고대사 전공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한 ‘일본의 고훈(古墳·고분의 일본어 발음) 문화’ 특별전에 이례적으로 일본 국보 29점과 중요문화재(한국의 보물급) 197점 등 총 380점이 모습을 드러낸 것.


전시장 곳곳에는 나라(奈良) 현, 시가(滋賀)현, 오사카(大阪) 등 일본 방방곡곡에 산재된 열쇠구멍 모양의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 사진이 여럿 걸려 있었다. 전방후원분은 이름 그대로 앞쪽은 사다리꼴, 뒤쪽은 원형으로 만들어진 무덤을 말한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겹치는 서기 4∼6세기 일본 고훈 시대에 성행했다. 일본 열도에서만 수천 기의 전방후원분이 발견돼 일본 고유의 독특한 묘제로 분류된다.


일본 오사카 부 사카이 시에 있는 다이센료(大仙陵) 무덤. 봉분 앞쪽은 사다리꼴, 뒤쪽은 원형으로 조성된 5세기 후반의 전형적인 전방후원분이다. 이 무덤은 일본 고훈 시대에 만들어진 전방후원분 중 가장 큰 규모로 길이가 486m에 달한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그런데 우리나라 전남 일원에서도 소수이지만 비슷한 형태의 무덤이 1980년대부터 속속 확인되고 있다. 광주 월계동(月桂洞) 1, 2호분과 전남 영암군 자라봉 고분 등으로 한국 학자들은 전통악기의 모양을 빗대 장고형(長鼓形) 고분으로 부른다. 성낙준 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전남 지역 장고형 무덤과 여기 부장된 분구 장식 토기는 일본 열도의 전방후원분을 연상케 한다”며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요쓰즈카 무덤에서 출토된 남자 모습의 하니와(무덤을 장식하는 토기·위 사진). 아래는 후지노키 무덤에서 출토된 말띠드리개로 일본 국보로 지정돼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 한 쌍의 금빛 봉황이 긴 꼬리를 치켜세우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로 9.7cm, 세로 13.4cm의 금동(金銅) 판에 새긴 봉황은 볏부터 발톱까지 정교하게 묘사돼 한 폭의 아름다운 자수를 방불케 한다. 봉황 장식 상단의 고리 부분을 신라 금 세공품에서 흔히 보이는 심엽형(心葉形·하트 모양) 장식으로 꾸몄다. 이것은 일본 나라 현 후지노키 무덤에서 출토된 말띠드리개(행엽·杏葉)다.

#2. 마치 두 개의 산이 서 있는 것처럼 금동관의 세움 장식(立飾) 한 쌍이 금빛을 뿜어낸다.

관테와 장식을 온통 뒤덮은 꽃잎 모양의 달개는 신라 금관을 떠올리게 한다. 후지노키 무덤에서 발견된 금동관을 복원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가장 화려한 부장품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6세기 후반 조성된 후지노키 무덤의 말갖춤(마구·馬具) 유물들이다. 모두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재밌는 건 일본인들은 기원후 3세기까지 말을 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 화려한 금빛 말갖춤 유물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고고학자들은 고훈 시대 중기인 5세기부터 일본 열도에 말이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이 무렵 말갖춤은 가야와 백제, 신라 등에서 들여온 것으로 본다. 따라서 후지노키 무덤의 말갖춤 유물도 한반도, 이 중에서도 특히 신라와 백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열도에서 한반도로 전해진 게 전방후원분이라면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건너간 문물은 후지노키 무덤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내년 2월 21일까지. 054-740-7542

경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