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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능자폭주(能者輻湊)

바람아님 2016. 2. 20. 00:17
세계일보 2016.02.18. 20:00

“부유하게 살고자 함은 인간의 본성인지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富者人之情性 所不學而俱欲者也)”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 화식열전에 소개된 부(富)에 대한 설명이다. 그렇다. 경제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발로다. 사마천은 돈은 흐르는 물처럼 유통시켜야 된다든지, 시세 변동에 따라 새처럼 민첩하게 사고판다든지, 돈을 벌 수 있다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진보적인 경제관을 보여주었다.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가볍게 여긴, 중농억상의 전통 관념을 타파하려는 관점은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길에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며, 비단에 수를 놓는 것이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것만 못하다는 시각에서 나왔다.

오늘날 보아도 놀라운 견해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직업엔 귀천이 없고 능력에 따라 빈부가 결정된다고 피력했다. “부유해지는 데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은 정해진 주인이 없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능력 없는 이에겐 기왓장 부서지듯 흩어진다.(富無經業 則貨無常主 能者輻湊 不肖者瓦解)”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자본의 힘을 믿고 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하려는 일부 대기업의 횡포다. 상생의 철학을 무시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마트 등으로 인한 동네 골목상권이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경제민주화 도시 상생협약식을 가졌다. ‘함께 잘사는 사회, 공정한 삶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람 중심의 경제도시 실현’이 목표다. 대자본만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한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진정한 능력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도덕경’은 공존공영의 상도의를 무시하는 일부 재벌기업에 이렇게 경책하고 있다. “화는 만족하지 않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고, 허물은 가지려는 욕심보다 더한 것이 없다.(禍莫大於不之足 咎莫大於欲得)”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能者輻湊: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모인다’는 뜻

能 능할 능, 者 놈 자, 輻 바퀴살 폭, 湊 모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