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6.02.23 16:26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가 2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한중(韓中)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추 대사는 45분 면담 대부분을 사드 문제에 할애했고 자신의 발언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나 북핵 6자 회담에 대한 중국측 전략도 이야기 했지만 (그 부분은)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추 대사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또 “양국 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키는 데는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이런 노력들이 순식간에 (사드 배치라는)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도 했다.
추 대사는 “한국 정부는 레이더 탐지 거리를 좁히고 사드 성능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이런 조치들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믿을 수 없다”며 “중국은 좋은 친구로서 한국의 약속을 믿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조정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단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사드 배치가 한국에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두 번째로 “사드 배치는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고 냉전식 대결과 군비 경쟁을 초래해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국면이 닥치더라도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추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가 시급한 과제로서 국제사회가 다함께 노력하는 시점에 사드 배치 협상을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분산시키는 셈”이라며 “사드 문제가 없었더라면 벌써 새로운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어 “과연 사드 배치만이 최상의 방법인지, 한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중국은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한·중 양국 간의 정치적 차원의 의사소통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며 “다만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양국은 긴밀히 협력하고 조율 중이며, 의사소통을 통해 그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새롭고 강력한 결의안 채택을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그러나 “제재는 목적이 돼선 안 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 정부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또 “사드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과연 실질적으로 방어 효과가 있는지, 안보 측면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미칠 여러 점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중국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협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배치로 인한 실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간에 쌓아올린 그동안의 우호 협력 관계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주고, 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도록 6자 회담에 복귀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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