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미래 관통하는 고고학과 의학의 협동연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정부가 '결핵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해 대대적인 조기관리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인 조선시대에 폐결핵을 앓다 숨진 미라가 발견돼 주목된다.
학계에서는 이 미라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폐결핵 환자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선사시대 유골의 결핵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이는 뼈대에서 발견한 증상이었다.
서울대의대 해부학과 신동훈 교수팀은 조선시대 무덤에서 발굴한 중년 여성의 미라에서 결핵을 의심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결핵은 기침,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감염질환으로 후진국병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라의 전신을 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영상화했다. 이를 통해 오른쪽 허파에서 6개의 석회화된 결절(혹)과 폐를 둘러싼 가슴막(늑막) 2개가 붙어버리는 '가슴막유착'을 확인했다.
결핵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폐결절과 가슴막유착은 미라를 부검했을 때 육안으로도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라의 결핵감염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해 폐결절의 크기, 방사선투과 정도, 위치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결핵 이외의 주요 폐질환을 배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허파먼지증으로 불리는 진폐증은 결핵에서 나타난 결절보다 크기가 매우 작고 산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미라에서 발견 된 결절과는 차이를 보여 제외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미라에서 나타난 폐결절과 가슴막 유착이 결핵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조선시대 미라가 결핵이 추정됐다고 해서 조선시대에 결핵이 유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팀은 "결핵을 위생상태가 불량하거나 영양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걸리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차이가 크다"며 "이번에 발굴된 미라가 결핵에 걸렸다고 해도 조선시대에 결핵이 창궐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현재와 과거, 미래를 관통하는 질병을 고고학과 의학의 협동연구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경우에 얻어진 폐결절 등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를 추가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핵 전문가들 역시 결핵 감염이 인류 역사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행시점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재정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말이나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 같은 매개물로 전염되는 접촉성 감염"이라며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이 결핵에 전염될 수는 있지만 한 시대에 결핵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과거에도 분명히 결핵이 있었겠지만 진단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시대 흐름에 따른 환자 발생 수 추정은 현재까지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김송이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결핵은 인류에게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어느 시대나 있었던 질병"이라며 "특정 시대 결핵 유행을 추정하기는 힘들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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