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1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산꼭대기에 핀 꽃 누가 심었느냐! 저 험한 절벽 위에 붉은 꽃잎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구름바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어럽쇼! 집 한 채 숨어있구나. | 山頂花
|
1819년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5)가 지었다.
강원도 춘천 부사(府使)로 부임한 지 이태 되는 해 봄철 청평산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산길로 들어서 신록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가던 시인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험한 절벽으로 울긋불긋한 꽃잎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아니 저 험한 곳에 누가 꽃을 많이 심어 놓은 것일까?
의아한 생각이 들어 쳐다보니 흰 구름 아래 소나무가 짙푸른 깊은 산중일 뿐이다.
그런데 어라! 숲 한 켠에 누가 볼세라 오두막 한 채가 숨어 있다.
저런 곳에 사람이 집을 짓고 살 줄 어떻게 알았으랴?
집주인이 세상을 피해 숨었을망정 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꽃을 좋아했나 보다.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을 산중에 심었으련만 오늘은 내게 들켰다.
남의 비밀스러운 정원을 들여다본 듯하다. 가던 길을 서둘러야겠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으로 읽는 한시] 봄날에 그대 기다리네 (0) | 2016.04.23 |
---|---|
[정민의 世說新語] [362] 생처교숙(生處敎熟)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0) | 2016.04.20 |
[정민의 世說新語] [361] 무구지보(無口之輔) (0) | 2016.04.13 |
[가슴으로 읽는 한시] 아버지 소식 (0) | 2016.04.09 |
[정민의 世說新語] [360] 유산오계(遊山五戒) (0) | 201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