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09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아버지 소식 창밖에는 적적한 비, 창안에는 환한 등불 새벽녘에 그 누가 내 집 문을 두드릴까? 오백 리 고개 너머에서 사람이 찾아와 한 달 내내 고대하던 편지를 전해주네. 아버지는 관아 일에 줄곧 평안하시고 작은 오빠 책방에서 잘 지낸다 적혀있네. 서글퍼라 겨우내 뵙지를 못했으니 먼 하늘 바라보는 이 마음 어쩔거나! | 得寧衙消息 春窓寂歷雨燈虛(춘창적력우등허) 五夜云誰叩弊廬(오야운수고폐려) 人自半千脩嶺外(인자반천수령외) 書傳一朔渴望餘(서전일삭갈망여) 高堂政體連平吉(고당정체연평길) 仲氏文帷善起居(중씨문유선기거) 怊悵三冬違定省(초창삼동위정성) 遠天回首意何如(원천회수의하여) |
영조 임금 시절의 시인 최성대(崔成大·1691~1762)의
누이동생이 썼다.
그녀 역시 시를 잘 지었다.
아버지 최수경(崔守慶)이
강원도 영월 원님으로 나갔고 오빠가 따라갔다.
누이는 서울 집에 머물러 겨울 내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봄비 내리는 적막한 새벽녘, 영월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부리나케 열어보니
아버지도 오빠도 잘 지낸다는 소식이 담겨 있다.
고대하던 소식을 받고서
창문 열고 영월 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움이 한층 더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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