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실재가 아니다. 그녀는 인공지능이었다.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이 벌어진 지난달 국내 TV에서 방영된 영화 ‘그녀(HER)’의 이야기다. 대필 작가인 주인공 테오도르는 이혼 후의 고독감에서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뜨거운 열정을 느꼈지만 그녀와의 사랑엔 제약이 많았다. 같은 방에 있을 수 없고 서로 만질 수도 없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오직 컴퓨터로만 가능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한 인공지능의 제약이 해소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로봇 애인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싱글족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지는 세상이 도래한다는 얘기다. 어쩌면 현존하는 ‘인간 애인’이 ‘로봇 애인’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얼마 전 홍콩의 한 디자이너는 사만다 역을 맡은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빼닮은 로봇까지 만들었다. 이미 시중에는 걸그룹처럼 춤을 출 수 있는 로봇, 자동으로 물건을 옮겨주는 로봇이 속속 등장한 상황이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로봇 비서가 시내에 출현했다고 한다. 광둥성 광저우 도심에서 중년 남성이 8명의 여성 로봇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행인들에게 포착됐다. 이 남성은 백화점에서 보석을 사서 로봇 비서가 들고 있는 쟁반에 놓았다. 그는 로봇 비서들을 대동한 채 거리를 활보했다. 로봇 비서들을 옆에 세워놓고 노천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로봇 애인과 비서가 등장할지라도 절대 인간은 될 수 없다. 본질적으로 로봇의 사랑에는 심장의 박동이 없다. 심장이 빠진 사랑? 그것은 기계의 연산작용에 불과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도 결국 옛 사랑을 찾아간다. 그는 이혼한 부인에게 한 통의 편지를 띄운다. “내 속에는 늘 당신이 한 조각 있고, 그리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건, 당신이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낼게.”
로봇의 진화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인간 자신이다.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바로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人文,社會科學 > 科學과 未來,環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에 가장 가까웠던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0) | 2016.04.25 |
---|---|
[취재파일] "활성단층아, 조사 끝날 때까지 기다려" (0) | 2016.04.21 |
[와우 과학] 진짜보다 더 예쁜 'AI 로봇 여신' 탄생 (0) | 2016.04.17 |
AI, 인류에 위협될까..민간 넘어 국제적 정부간 논의 시도 (0) | 2016.04.13 |
[IF] IT 거물들의 '천지개벽 新사업' (0) | 2016.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