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놀란 건 이번 일이 자발적 결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보다 못한 대학본부의 일방적 조치였다고 한다. 외부에서 끼어들지 않았던들 두 대학 미대 내 순혈주의는 100년 넘게 갔을 게다.
한때는 서로 어울리지도 않았지만 이젠 그런 배타적 경쟁 심리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특별난 게 없는 바에야 기왕이면 후배를 뽑아 주자”는 온정주의가 물을 흐린다.
대학 내 순혈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참다 못한 당국이 2005년 ‘특정 대학 학부 출신이 채용의 3분의 2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벌칙이 없어 어겨도 그뿐인 탓이다. 2014년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는 84.1%, 연세대는 73.9%, 고려대는 58.6%가 여전히 모교 출신 교수였다.
물론 순혈주의에도 장점은 있다. 후배 중에서 고르면 엉터리를 뽑을 위험은 작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강하다. 또 현직 교수와 연구를 함께한 경우가 많아 학문적 축적도 잘 이뤄진다.
그럼에도 학문적 성취가 부실해진다는 폐단은 어쩔 수 없다. 미국 연구 결과 모교 졸업 교수들의 연구논문 실적은 타교 출신에 비해 15%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외부 학계와의 소통 여부였다. 내부 소통에 치중한 나머지 바깥세상과의 교류 수준이 타교 출신보다 40%나 부족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미국 대학들은 가급적 모교 출신 채용을 피한다. 독일의 경우 해당 학교 출신이면 아예 교수로 뽑지 못하도록 법으로 못 박고 있다.
국가나 대학의 발전 초기에는 학문적 축적에 유리한 모교 출신 채용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난 후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선진국 문턱에서 방황하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창조적 학문 풍토가 절실하다. 창조경제 한답시고 수십억원을 들여 해외 석학들을 초청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 내 동종교배, 순혈주의부터 타파하는 게 급선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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