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고 이슬람·아랍권 출신으로서 깜짝 놀랐다.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고국 이집트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어머니는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라 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초·중·고 과정의 모든 학년에서 ‘어머니 은혜’에 대한 내용을 배운다. 배 속에 아이를 9개월이나 품어준 은혜가 교과서에선 물론 사회적으로도 늘 강조된다. 어머니는 자식이 배부르기 전에 배부를 수 없고, 자식이 잠들기 전에 편히 쉴 수 없는 헌신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천국은 어머니 발 밑에 있다”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씀대로 어머니의 위치는 참으로 높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혼나면 도망가는 곳이 바로 어머니의 품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이러니 아무리 어린이라도 ‘엄마가 무섭다’고 하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자녀라면 아무리 혼나거나 갈등이 생겨도 어머니를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다. 이집트 사회에선 좋아하는 여자나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도 어머니가 반대하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작지 않다. 결혼해도 어머니를 가장 우선시하는 걸 당연히 여긴다. 결혼하는 여성도 나중에 어머니가 되면 자식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더 극진히 모실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인다. 이집트에선 어머니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모시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엄마를 더 무서워한다’는 조사 결과는 진짜 무서운 존재라기보다 자주 접하다 보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경을 많이 쓴 결과로 볼 수 있겠다. 아버지는 자주 보지 못해 그럴 일도 별로 없다. 열흘 뒤면 어버이날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의 은혜를 되새겨보자.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 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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