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30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황혼 무렵 홀로 앉아 황혼 무렵 홀로 앉아 무얼 그리 골똘한가. 달이 밝아도 밤 깊으면 천고의 꿈에 들고 쇠나 돌이 아니라서 마음 어찌 진정하며 세월이 날 등지고 벌써 훌쩍 떠나나 보다. | 偶吟 黃昏獨坐竟何求(황혼독좌경하구) 月明夜沈千古夢(월명야침천고몽) 心非鐵石那能定(심비철석나능정) 歲色背人長焂忽(세색배인장숙홀) |
19세기 초 여성 시인 죽서(竹西) 박씨(朴氏·1820 ~1851)가 지었다.
또 다른 호는 반아당(半啞堂)으로 생각이 있어도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했다.
말 못할 사연을 가끔 시로 표현하곤 했는데, 이 시가 그렇다.
지척에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만날 길이 없다.
달이 밝고 꽃이 고우면 무슨 소용인가.
때가 지나면 달도 꽃도 의미가 없다.
마음이 요동을 쳐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어찌 지내든 세월은 잘도 가겠지.
다리 아래 물은 세월처럼 아랑곳없이 흘러간다.
나만 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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