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07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문안편지 문안편지 쓰면서 천신만고를 말하려다 백발 노모 걱정할까 겁이 나서 그만뒀지. 북관이라 눈이 많아 천 길 높이 쌓였어도 올겨울엔 따뜻하여 봄날 같다 적어놓네. 국경은 멀고 산은 높고 도로는 험난하여 북쪽 사람 서울 가면 세밑에나 들어가지. 봄날에 부치면서 가을이라 날짜 써서 부모님이 근래 안부로 아시도록 해놓았네. | 寄家書(기가서)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쇄백두친)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蕃人入洛歲應?(번인입낙세응란)
要遣家親作近看(요견가친작근간) |
![[가슴으로 읽는 한시] 문안편지](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5/06/2016050602151_0.jpg)
29세 되던 1599년 10월 그는 북평사로 부임하여 다음해 귀경하였다.
봄날 서울로 문안편지를 보냈다.
막 국경에서 고생하는 소식을 쓰려다 홀연 그만두었다.
늙으신 홀어머니 가슴 아플까 걱정돼서다.
겨우내 쌓인 눈에 고생했어도 올해는 봄날처럼 따뜻했다고 썼다.
서울까지 길이 멀고 험해 지금 부쳐도 연말에나 도착할 듯하여
아예 가을에 쓴다고 적었다.
어머니는 최근 소식으로 알고 안심하시리라.
편안히 잘 지낸다는 문안편지는 말짱 거짓말이다.
편지를 받고서 모친은 속았을까?
편지의 행간에 묻어 있는 진정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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