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곳에서건 ‘보스’는 있게 마련이죠.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보스라고 한다면 학교에선 선배가, 직장에선 상사가 보스겠지요. 하지만 아랫사람이 얼마나 보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게임이 시리즈로 나오며 인기를 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해 보니 절반 이상(53%)이 상사 또는 동료와 대인 관계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또 다른 취업포털 ‘사람인’의 ‘직장생활 중 갑질(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행위)을 당했느냐’는 설문에서도 10명 중 9명(89%)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놀라운 건 대부분이 갑질을 한 사람(복수응답)으로 직속상사(52%)와 임원(36%)을 지목했습니다.
올해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을 빼면 직장인은 누군가의 상사인 셈이지요. 설문대로라면 이들은 자신도 아랫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상사이면서 윗사람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신세입니다. 사실 특정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이 세상의 모든 직장 상사가 ‘악질’은 아닐 겁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많은 상사가 ‘나는 부하 직원에게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많은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으로 상사를 꼽는 걸까요. 혹시 아랫사람에게 잘해주다가 가끔 버럭 화를 내거나 심한 말을 한 적은 없었나요.
심리학자나 경영학자는 이를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 효과로 분석합니다. 일주일 가운데 6일간 다이어트를 한 사람이 다음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난 그럴 자격이 있어(I deserve)’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동안 좋은 일을 했으니 이번엔 좀 나쁜 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실제로 공정한 결정을 한 상사일수록 도덕적 허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상시 잘 대해 주던 상사가 가끔 스치듯 한 말이나 행동이 아랫사람에겐 큰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지요. 나쁜 건 나쁜 거니까요. 전문가는 이런 행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으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도덕적 허가 때문이라는 걸 자각하는 데 있다고 조언합니다. 아들 녀석의 휴대전화 게임도 그렇습니다. 아랫사람을 질책하기에 앞서 스스로 도덕적 허가에 빠진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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