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03 안현배·미술사연구가)
아직까지 2016년이라는 숫자가 입에 딱 붙지 않았는데, 벌써 달력은 6월이다.
대학 학기말 고사 답안지 받을 생각을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나는 요즘 우리 학생들이 너무 순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요즘 우리 학생들이 너무 순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거나 예절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례가 자주 전해진다고 해도,
시험 답안지 위의 글 안에서 학생들은 정말 신중하고 예의 바르기만 하다.
학생들이 쓴 답안지가 50장이든 30장이든, 채점을 시작하면 수업시간에 내가 설명했던 내용들이
학생들이 쓴 답안지가 50장이든 30장이든, 채점을 시작하면 수업시간에 내가 설명했던 내용들이
잘 정리된 '나의 목소리'만 되돌아온다.
피카소의 작품을 놓고 이 그림을 어떻게 소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사전 요약식 답이 쓰여 있고,
르네상스 그림을 보여주고 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선택해 주장해보라는 질문에서는
수업 요약본만 보이는 상황.
"아, 내가 이렇게 설명했구나" 새삼 확인할 만큼 가르친 사람의 생각과 비슷하다.
단순하게 표현된 선들이 주는 운동감으로 유명한 20세기 화가 앙리 마티스의 스승은 가장 세밀하고 복잡한 그림을
그리던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브 모로였다.
그 역설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제자의 길을 찾기 위한 긴 대화를 통해서 이해되어진다.
자신과 반대 방향이지만 제자가 하고 싶어 하는 방향이 옳은 길임을 알려준 멋있는 스승.
아직도 우리 교육은 항상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교육은 항상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생들은 질문하는 것을 꺼리고, 가르치는 사람의 의견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우리 학생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부족한 건 아닐 것이다.
학생을 탓하기 전에 오히려 큰 책임은 가르치는 쪽에 있지 않을까.
기껏 교양 수업 기말고사에서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겠지만, 작게라도 실행해봐야 큰 일이 생기는 법.
우리 교육은 효율성만 강조해 왔다.
선생의 지식만 기계적으로 암기·반복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나 먼저 시험 방식을 바꿔야겠다.
학생들에게도 스스로 자신을 믿어보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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