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문갑식의 세상읽기] "깨진 바가지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송사리뿐"

바람아님 2016. 6. 19. 06:05

(출처-조서일보 2016.06.18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새누리 출신 도지사들의총선 패배 원인·대선 전망
"여당, 깨진 바가지 봉합 상태" "이대론 대선 패배 확률 80%"
한목소리로 "위기" 규정해도 黨은 무소속 復黨 두고 분열뿐
"왜 저러느냐" 국민 질타 못 들어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17일 발매된 월간조선 7월호에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릴레이 인터뷰가 실려 있다. 

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 7일 김관용 경북도지사, 14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대화한 내용이다. 

그들에게 던진 질문은 비슷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실패 원인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한 전망과 최근 불거지는 개헌론 등이었다.


세 사람은 정확히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희룡 지사는 새누리당이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로 인사정책 실패, 서민층에 대한 포용 부족을 꼽았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천(公薦)이 아닌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사천(私薦), 파벌의 이익만을 따진 

파천(派薦)이 이뤄져 전통적인 지지층을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새누리당이 그런데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총선 패배 원인을 담은 백서(白書) 발간에 대해 "일서 이서면 충분하지 무슨 백서냐"고 시니컬하게 반문하면서 

"지금 새누리당은 '깨진 바가지'를 테이프로 얼기설기 봉합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졌다'고 자인하는 것, 

둘째 지금 위기가 새누리당 아닌 보수의 위기라는 것, 

셋째 외연(外延) 확대는커녕 전통 지지층이 와해되고 있는 것을 인정해야만 혁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원희룡 지사도 비슷하게 봤지만 "전사(戰士)처럼 싸우려고만 드는 친박(親朴) 주류들의 눈에 그게 보이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 전망은 더 어두웠다. 

원 지사는 '이대로 가면'이라는 단서 아래 "질 확률이 80%"라고 했고 남 지사는 한술 더 떠 90%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반기문 총장에 대해 세 지사는 "대권 도전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그가 야당의 공세를 버텨낼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원 지사는 "인신공격보다는 국민이 바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남 지사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예로 들며 "그가 외교 베테랑일지 몰라도 정치인으론 경험이 짧다"며 

앞서 말한 '깨진 바가지론(論)'을 다시 꺼냈다. 

누가 봐도 앞날이 뻔한, 가망 없는 정당에 올라타겠느냐는 것이었다.


세 지사 인터뷰가 멀게는 보름 전 이뤄졌는데 지금 새누리당의 상황은 그들의 예상 수순과 비슷하다. 

엊그제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무소속 7명의 복당(復黨)을 허용하자 친박이 '쿠데타' 운운하며 발끈했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서 '데자뷔'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대체 왜 저러느냐"며 혀를 찰 것이다.


역대 대형 사고나 정치적 격변을 복기(復棋)해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참혹한 결과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고음이 아무리 요란하게 울려도 듣지 않으려 귀 막은 이에겐 안 들린다는 것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말은 그런 우둔한 사람들이 역사에 꽤 많았다는 방증이다.


세 지사가 차기 집권을 위해 낸 처방은 뷔페처럼 푸짐했다. 

남 지사는 연정(聯政)·협치(協治)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개헌, 김관용 지사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개헌, 

원 지사는 재벌 개혁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주도를 제시했다. 

남 지사는 청와대·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는 '수도 이전'까지 거론했다.


매력 있는 아이디어들이지만 이 푸짐한 메뉴가 상(床)에 제대로 차려질지는 의문이다. 

손님(국민)의 욕구에 맞춰 취사선택한다면 모를까, 맛있다고 짜장면에 광어회 곁들이고 낙지볶음을 주다 

삼겹살까지 권한다면 맛집이란 칭송은커녕 다 젓가락을 집어던질 것이다. 

오히려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처방에서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난파 직전의 선박은 SOS 신호가 시끄럽다가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살겠다고 너도나도 바다로 뛰어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