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월드피플+] 20년 돌 깎아 '판타지 캐슬' 세운 老석공

바람아님 2016. 7. 22. 00:20
서울신문 2016.07.19. 16:16

20년의 세월을 오롯이 바위와 돌을 다듬어 평범한 산골짜기를 ‘환상의 성’으로 변화시킨 한 석공의 이야기가 중국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꾸이양(贵阳)의 외진 산골짜기, 화씨예랑구(花溪夜郎谷)의 주인 송페이룬(宋培伦·76) 이야기다.

그가 이곳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4명의 두상이 바위에 새겨진 러쉬모어(Rush more) 산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미국 대통령의 두상이 아니라, 근처 블랙힐즈에 새겨진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조각상이다.‘크레이즈 호스(성난말)’는 인디언의 전사 영웅으로 인디언들이 “인디언에게도 위대한 영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해달라”며 ‘성난말’의 조각을 코자크에게 부탁한다. 코자크는 러쉬모어 산의 미국 대통령 조각상에 참여했던, 당시 미국의 최고 조각가였다.


현대판 우공이산 - 송페이룬이 교수직을 훌훌 던져버린 뒤 중국 외딴 산골짜기로 들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사진=텅쉰신원)
현대판 우공이산 - 송페이룬이 교수직을 훌훌 던져버린 뒤 중국 외딴 산골짜기로 들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사진=텅쉰신원)
- 송페이룬은 20년의 세월에 걸쳐 돌과 부대끼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자연이 계속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텅쉰신원)
- 송페이룬은 20년의 세월에 걸쳐 돌과 부대끼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자연이 계속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텅쉰신원)

코자크는 1947년 5월 러시모어산에서 27㎞ 떨어진 블랙힐스에 러시모어보다 10배 큰 두상 조각을 시작한다. 그의 작업은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3대에 걸쳐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송페이룬은 인디언들의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에 크게 감명받으며, 중국 꾸이저우(贵州)의 소수민족 문화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1996년 그는 대학교수직도 버리고, 명성 높은 ‘여미(旅美)예술가’ 및 ‘만화가’의 직함도 버리고, 일체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뒤로 한 채 꾸이양의 가장 외진 산골짜기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 그는 모든 열정과 인생을 바쳐 후대에 남길 작품을 만들고자 자녀를 키우듯 땅 위에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판타지 세계’를 세우는 재료로‘돌’을 선택했다. 나무는 산림 파괴가 불가피했고, 부패하기도 쉬었다. 금속은 녹이 슬고, 광석은 오염물질을 만들어 냈다. ‘예랑구’는 전형적인 카르스트지형으로 도처에 돌들이 널려 있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자연적이며, 가장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재료였다. 그가 생각한 ‘대지의 예술 작품’은 당연히 자연과 환경과 땅이 어우러져야 했고, ‘돌’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이 완성되면서 주변에서는 조속하고, 유치하다는 비방을 일삼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는 예술의 최고경지는 ‘적자지심(赤子之心·갓난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이요, ‘도법자연(道法自然·도는 자연을 닮는다)’이며, ‘반박귀진(返璞归真·애초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다)’에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흔들림 없이 순수하고, 자연을 닮은 작품들을 완성해갔다.


- ‘환상의 성’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곳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사진=텅쉰신원)
- ‘환상의 성’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곳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사진=텅쉰신원)

그는 돌로 만든 성을 ‘블록쌓기 놀이’라고 부른다. 그가 20년 전 이곳에 왔을 당시 마을 사람들은 바위산에서 채석한 돌을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석공기술을 가졌고, 그가 그려준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돌을 쌓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과 함께 ‘블록쌓기’ 놀이를 20년 간 해오며, 마을 사람들을 ‘대지의 설계사’로 키웠다. 송페이룬에게 급여를 받아가며 일하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대가 없이 ‘예술작업’에 참가하며,‘영혼이 담긴 화원’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평범했던 골짜기는 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판타지 캐슬’로 변화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돌로 만든 집에서 20년간 살아오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나이 아흔이 넘은 노모에게 인사를 올리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조용한 산속을 거닐며, 다람쥐와 새들과 인사를 나눈다.


지난 20년간 세상과 동떨어진 이 곳에서 은거하며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도시화의 진행이 이곳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6년부터 그의 영혼이 담긴 야랑구는 올해로 20살이다. 어느덧 석공장인이 된 그는 “야랑구를 20년은 더 보호해야 한다”면서 “20년 후면 야랑구도 40세가 될 것인데 야랑구가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환상의 성은 영원히 완성할 수 없다”면서 "그의 모든 작품은 창작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자연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텅쉰신원(腾讯新闻)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크레이지 호스’  관련기사]

‘크레이지 호스’ 전설의 부활




러시모어 대통령상 건너편 산에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 4명의 미국 대통령을 조각한 작업은 1927년 시작해 14년 만에 완성됐다.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중앙포토]


미국판 ‘우공이산(愚公離山·어리석은 노인이 끈기 하나로 산을 옮기다)’ 신화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블랙힐스의 거대한 돌산에서다. 이곳에 아메리칸 인디언인 수(Sioux)족의 한 분파인 오갈라 라코다 부족의 전사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성난 말·1840년 무렵~1877)’의 조각상이 윤곽을 드러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조각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을 조각한 ‘러시모어 국립기념물’의 건너편 산에 있다. 크레이지 호스의 머리상은 높이가 27m로 러시모어의 미 대통령 머리상보다 9m나 높다. 전신상이 완성되면 높이 172m, 넓이 195m에 이르게 된다.




높이 27m 인디언 전사 얼굴 윤곽 ‘큰 바위 얼굴’ 맞은편에 세계 최대 규모로 조각 중인 인디언 전사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이 5일(현지시간) 모습을 드러냈다. 원주민들은 미 제7기병대와 맞붙어 대승을 거둔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크레이지 호스’ 조각가인 지올코스키 부부의 다정한 한때(1980년). 48년 남편 코작이 시작한 조각 작업은 82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부인 로스와 자녀들이 이어받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작업은 1948년 코작 지올코스키(Korczak Ziolkowski·1908~82)라는 폴란드계 조각가가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수족 성지인 블랙힐스 돌산에 백인 대통령 얼굴들을 조각하자 당시 추장이던 헨리 스탠딩 베어(Standing Bear·서 있는 곰)는 그 작업에 참가했던 코작에게 아메리칸 인디언 중에도 영웅이 있음을 조각으로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1939년 뉴욕 미술대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촉망받는 조각가였던 그는 19세기 백인 기병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다 장렬하게 산화한 크레이지 호스에 매료돼 블랙힐스로 다시 향했다.




크레이지 호스

 단돈 174달러를 들고 시작한 무모한 도전에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그중에 루스 로스(Ruth Ross·85)라는 여대생도 끼어 있었다. 루스는 코작의 열정에 반해 열여덟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50년 결혼했다. 그러곤 10명의 자녀를 키우며 코작을 내조했다. 82년 코작이 사망하자 루스는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유업을 물려받았다. 처음엔 비웃었던 미국 정부는 세월이 흐르며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 부분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자 몸이 달았다. 미 정부가 지원해주겠다고 나섰으나 루스는 거절했다. 원주민의 염원이 담긴 조각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남편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그동안 경비는 현장을 찾는 관광객으로부터 거둔 입장료와 기부로 충당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크레이지 호스 조각 현장은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그 덕에 2006년 시작한 기부 캠페인에서 1930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렇지만 크레이지호스가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각 규모가 러시모어의 네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제 얼굴과 전체 윤곽을 잡았을 뿐이다. 다음 단계는 말머리 조각이다. 루스는 “조각이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끝내지 못하면 자식들이 뒤를 이을 것이고 그래도 완성하지 못하면 손자·손녀가 물려받아 언젠가는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성난 말·1840년 무렵~1877)=19세기 북미대륙 중부에 거주하던 오갈라 라코다 부족의 족장 . 샤이엔 부족의 용맹한 족장이던 시팅불(Sitting Bull·앉아 있는 황소·1831년 무렵~1890) 등과 손잡고 1876년 6월 지금의 몬태나주 리틀빅혼에서 조지 커스터 대령이 이끌던 미 육군 제7기병대와 맞붙어 대승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