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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종이에 그린 삼각형은 가짜… 진짜는 우리 마음속에?

바람아님 2016. 8. 8. 12:08

(출처-조선일보 2016.03.03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채석용·대전대 교수(철학))


[플라톤의 이데아론]


현실에 없는 완벽한 세상 '이데아'… 우리의 마음·생각에서만 존재해

모든 사물의 형태는 불완전 

우리가 알고 있는 도형의 모습은 수학으로 학습된 결과물이에요


여러분은 수학 공책에 점과 선분, 삼각형과 사각형을 그리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그린 점·선·면·도형은 전부 가짜랍니다. 

수학 시간에 항상 그려오던 것들이 진짜가 아니라니 믿기 어렵죠? 

수학 교과서에 따르면 선분이란 '두 점 사이의 곧게 뻗은 가장 짧은 거리'를 말해요.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자와 연필로 그린다 해도 선분을 10배, 100배로 확대해 보면 울퉁불퉁할 겁니다. 

게다가 면적이 존재해 선이 아닐 수 있고요. 

이번엔 공책에 아주 날카로운 연필로 최대한 정교하게 점을 찍어볼까요? 

수학에서 점이란 '크기를 가지지 않는 위치'를 말해요. 

하지만 아무리 작게 찍은 점이라 해도 크게 확대해 보면 크기를 가진 커다란 동그라미로 보이니 

진짜 점을 그리기란 불가능하지요.


◇완벽한 세상은 머릿속에만 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플라톤은 완벽한 선분과 점은 머릿속에만 존재한다고 말했어요. 

여러분뿐 아니라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진짜 선분과 점을 공책에 그릴 수 없다는 게 플라톤의 생각이었어요. 

삼각형이나 사각형 등 모든 도형은 절대로 수학 교과서에 나온 정의대로 그릴 수 없다는 거죠.


기사 관련 일러스트

▲ 그림=정서용


우리는 완전한 선분, 점, 도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성(reason·논리적으로 사물의 원리를 알아내는 힘) 덕분이에요. 사람들은 머리를 써서, 즉 이성을 통해서 수학을 배울 수 있답니다. 학교에서 공책에 거짓 선분과 점을 그리라고 하는 것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지요. 

비록 불완전하지만 공책에 이런저런 모양들을 그리게 되면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거든요.


우리가 그려넣은 가짜 점은 제각기 모양이 다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점은 모두 같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진짜 점에 대한 생각이 같기 때문에 한국 수학자와 미국 수학자가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고요. 

이것이 바로 수학에 담겨 있는 비밀이지요.


플라톤은 진짜 사물은 머릿속에만 존재한다는 비밀이 수학뿐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 적용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머리로 생각해낸 완벽한 사물의 본질을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고 불렀답니다. 

우리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요. 그러나 우리의 우정이 늘 완벽한 것은 아니에요. 

완벽한 우정은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친한 친구끼리도 때때로 다투고 서로 오해가 생기기 일쑤니까요.


오늘 하루를 되새겨 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불완전하게 살았는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하루하루를 불완전하게 사는 것은 공책에 불완전한 선분과 점을 그리면서 원리를 이해해나가는 것과 비슷해요. 

공책에 찍은 점은 불완전하지만 우리가 머리로 생각하는 점은 완벽한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은 불완전하지만 머리로는 완벽한 이데아 세상을 그려볼 수 있어요. 

완벽한 선분, 완벽한 점, 완벽한 우정, 완벽한 하루가 모두 이데아의 세계에 있답니다.


◇현실이 힘들 때, '이데아' 떠올려봐요


그렇다면 참된 이데아의 세계를 생각하는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플라톤은 세상 전체의 이데아 역시 수학을 공부하듯 이해했어요. 

수학은 단지 계산하는 능력과 논리적인 증명을 쓰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수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완벽한 세상, 즉 이데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 때문에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이데아의 세계가 어떤 것일지 생각하는 훈련도 된답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기하학(점·선·면·부피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을 모르면 철학을 공부하는 

나의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지요.


플라톤은 어떤 계기로 진짜 세계는 머릿속에만 있다고 생각하게 됐을까요? 

플라톤에게는 위대한 스승 소크라테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크라테스는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당해 독배를 마시고 죽어야 했어요. 

플라톤은 이런 현실에 깊이 절망했고, 힘든 현실과 달리 완전하고 영원한 세상은 없을까 궁금해했어요. 

그는 결국 꿈꾸던 완벽한 세상을 수학과 철학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요.


이제 새 학년이 시작되었어요.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게 될 거예요. 

우리의 학교생활에는 즐거움과 행복도 있겠지만 어려움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이데아를 생각해보아요. 

공책에 그리는 선분과 도형이 비록 불완전하지만 이성을 통해 참된 도형을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 참된 우정과 참된 이데아의 삶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답니다.


[플라톤의 업적은?]


아카데미아 사진▲ /위키피디아

플라톤이 처음 세웠다고 전해지는 교육기관 아카데미아가 재건축된 모습이에요.


기원전 4·5세기에 활동했던 플라톤은 정다면체(Platonic solid) 등을 연구해 

기하학을 발전시켰어요. 

그 결과 고대 그리스에서 정교한 조각·건축물이 제작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