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5 박중환 식물 칼럼니스트)
[해바라기]
요즘 같은 한여름 뙤약볕에도 해바라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큼직한 꽃을 탐스럽게 피워요.
해바라기의 생명력은 정말 놀랍답니다.
식물은 대부분 여름을 피해 봄과 가을에 꽃을 피워요.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도 한낮의 뜨거운 햇볕과 더위를 피해 서늘한 아침이나 저녁, 아니면 큰 나무 아래 그늘에서
꽃을 피우고요. 서늘한 곳에서 꽃을 피워야 따가운 햇볕과 더위를 싫어하는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를 옮기도록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해바라기는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과 맞서 꽃을 피운답니다.
- ▲ 봄이나 가을에 꽃을 피우는 다른 한해살이풀과 다르게 해바라기는
- 무더운 여름철에 꽃을 피워요. /박종인 기자
때문에 마치 나무처럼 보이지만, 해바라기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드넓은 초원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랍니다.
한해살이풀이란 봄에 새싹을 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가을이면 그 속에 씨앗을 남기고 죽는 초본식물을 뜻해요.
한해살이풀이란 봄에 새싹을 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가을이면 그 속에 씨앗을 남기고 죽는 초본식물을 뜻해요.
한해살이풀은 대부분 지구의 지각변동과 기후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줄이는 쪽으로 진화했어요.
되도록 잎은 작게, 줄기는 짧게 내는 대신 뿌리는 주변으로 넓게 뻗으며 영토를 잽싸게 확장하는 방법으로
덩치 큰 나무들과 경쟁해 살아남은 것이죠.
하지만 해바라기는 다른 한해살이풀과 다르게 아예 나무처럼 덩치를 키우는 정반대의 생존 방식을 택했어요.
하지만 해바라기는 다른 한해살이풀과 다르게 아예 나무처럼 덩치를 키우는 정반대의 생존 방식을 택했어요.
해바라기는 굵은 뿌리를 주변 풀뿌리보다 깊게 박고 땅속 수분과 영양분을 닥치는 대로 빨아올려 잎으로 보냅니다.
수분과 영양분이 풍족한 큼직한 잎은 한여름 대낮의 강렬한 햇빛을 이용해 왕성하게 광합성을 해요.
이런 식으로 두 달 정도면 해바라기는 어른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크게 자라요.
햇빛의 열기와 자외선은 잎과 줄기의 겉을 뒤덮은 잔털이 막아준답니다.
해바라기의 기발한 생존 전략 뒤에는 치명적인 결점도 있어요.
해바라기의 기발한 생존 전략 뒤에는 치명적인 결점도 있어요.
해바라기가 땅속 영양분을 잔뜩 흡수하면 토양이 황폐해져서 이듬해 같은 자리에서 돋은 새싹은 제대로 자랄 수 없어요.
그래서 해바라기는 씨앗을 새나 짐승이 물어다 비옥한 땅에 옮겨주지 않으면 후손이 퇴화한답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하면 멸종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생하던 해바라기의 조상은 이런 이유로 멸종했어요.
지금의 해바라기는 2000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인디언들이 씨앗을 얻기 위해 재배한 품종이랍니다.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스페인 정복군이 이 씨앗의 고소한 맛에 반해 유럽으로 해바라기를 가져왔고,
그 뒤로 전 세계에 해바라기가 전파되었어요.
해바라기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1930년대 옛 소련에서 기름이 풍부한 신품종을 개발하면서부터예요.
해바라기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1930년대 옛 소련에서 기름이 풍부한 신품종을 개발하면서부터예요.
해바라기 씨앗 기름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토양을 황폐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어 해바라기를 키우는 농가는 줄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토양을 황폐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어 해바라기를 키우는 농가는 줄어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관광지를 화려하게 꾸미거나 꽃꽂이용 식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답니다.
화려한 모습 덕분에 해바라기는 농부의 보살핌을 받는 재배용 식물로 거듭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