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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받지 못한 자’ 유승준…법원이 용서 안한 이유는

바람아님 2016. 9. 30. 23:24
[중앙일보] 입력 2016.09.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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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가수 유승준(미국명 Steve Suengjun Yoo)이 한국 땅을 마지막으로 밟은건 지난 2002년 2월 2일.

이날 새벽 4시 50분, 미국 LA에서 출발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스티브 승준 유’ 명의로 된 미국 여권을 입국심사대에 올려 놨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입국심사장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유승준의 여권을 검색했더니 ‘출입규제 대상’에 올라 있었던 것. 법무부가 유승준을 병역 기피자로 지목해 ‘입국금지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승준은 공항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채 이날 오전 11시 20분 대한항공 KE001편으로 일본 도쿄를 경유, 미국으로 되돌아 갔다.

당시 유승준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사람”이라고 강조했지만 14년 넘게 한국땅을 밟지 못했고 당분간 그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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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프리카TV 캡처]


법원은 그를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병역기피자 ‘스티브 유’로 규정했다. 서울행정법원이 30일 “비자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유승준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승준은 “이제 그만 입국금지를 풀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조목조목 그의 주장을 반박하며 ‘원고패소’ 도장을 찍었다.

유승준과 재판부, 양측의 주장과 반박 그리고 결론을 판결문 원문을 토대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1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조치가 적법한가

- 유승준 “내가 입국해 연예활동을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이익 등을 해할 우려가 없다. 입국금지조치는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해 재량권 남용”

- 재판부 
“① 2001. 8. 및 2002. 5.경 음반출시계획, 미국 시민권 취득 후 2002. 1. 24. 공연음반출판을 목적으로 사증발급을 신청한 점, 2002. 2. 2. 언론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에서 생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기 위하여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병역법 개정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서는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하면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음을 알았다고 보이는 점, 
③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 후 소집기일을 연기받아 소집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미국으로 입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함으로써 병역을 면하게 된 점, 
④ 소속사 대표 OOO을 통하여 2차 미국 시민권 선서식 날짜(2002. 1. 18.)를 알고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공익근무요원 소집에 불응할 경우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기 위하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 재판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대한민국 국민, 특히 청소년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하여 병역의 의무를 면탈하였다. 원고가 입국하여 방송연예활동을 수행할 경우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청소년들에게 병역의무 기피 풍조를 낳게 함으로써 헌법 제39조 제1항이 정한 국방의 의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영토의 보전을 위태롭게 하며 대한민국의 준법 질서를 어지럽힐 우려가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이익, 공공의 안전, 사회질서 및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경우로서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 4, 8호가 정한 입국금지사유에 해당한다.”

- 재판부 “원고의 병역의무 기피행위의 사회적 영향과 충격을 고려할 때 원고의 입국 자체를 금지할 필요가 있었고, 적어도 36세로서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시기까지 10년 이상은 입국을 금지할 필요가 있었으며, 원고가 국적을 회복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면 입국금지조치를 해제할 수 있었고, 인도적 이유로 입국금지를 임시 해제할 수 있었으므로, 입국금지조치가 필요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 재판부 “원고가 입국금지조치로 인하여 입는 불이익은 입국의 자유 제한에 한정되고, 입국금지조치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병역의무 이행확보, 영토의 보전, 국가 법질서와 기강 확립의 공익이 원고가 대한민국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 입국금지조치 이후 연예인 등이 자진하여 병역의무를 수행하게 된 이른바 ‘유승준 효과’는 입국금지조치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고, 입국금지조치가 단기간에 그쳤을 경우에도 위 효과가 발생하였으리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입국금지조치가 상당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 재판부 ”공익근무요원 소집기일을 1회 연기한 후 연기된 소집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하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고, 그 직후 바로 대한민국에서 연예활동을 하려 함으로써 대한민국 장병, 청소년 등에게 악영향을 끼쳤으므로, 입국금지조치가 다른 외국국적 취득자에 비하여 원고를 불리하게 취급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2. 비자발급거부는 적법했는가

- 유승준, “재외동포 비자발급은 특별법인 재외동포법이 우선 적용되므로 사증발급신청자가 입국금지대상자인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호도 적용되지 않는다”

- 재판부 “재외동포법은 사증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재외동포의 사증발급에 있어서도 재외동포법이 아닌 출입국관리법이 적용된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호는 재외공관의 장이 사증을 발금함에 있어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 제11조가 정한 입국금지대상인지 여부를 심사,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의 사증발급거부행위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호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고,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