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0.01 정경원 세종대 교수·산업디자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는 타오르는 불꽃을 상징하는 고층 건물 세 개가 우뚝 솟아 있다.
바쿠의 문장(紋章)에도 등장하는 세 개의 불꽃은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천연가스와 원유를 의미한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불과 밀접한 관련이 많다.
불을 피운 제단에 봉헌물을 올려놓고 불꽃과 냄새를 피워 경배하던 조로아스터교(拜火敎)의 본산이었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대가로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던 곳도
바로 이 지역이다.
불꽃 타워가 돋보이는 것은 주변의 직육면체 건물 가운데 우뚝 솟은 곡선 형태 때문이다.
카스피 해변 언덕에 자리한 삼각형 부지(2만8000㎡·약 8470평)의 꼭짓점에 세 동의 타워를 세우고 지하층은 잇는
디자인 콘셉트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전문가로 알려진 피에르 베일라전(Pierre Baillargeon)이 창안했다.
외관은 거의 같지만, 높이가 다른 세 동의 타워가 각기 서·남·북쪽을 향해 타오르는 형상이다.
가장 높은 남쪽 타워(190m)는 아파트·레지던스, 북쪽(169m)은 호텔, 서쪽(140m)은 오피스다.
레스토랑, 카페, 영화관, 매장 등 편의 시설은 널찍한 지하 공간에 배치했다.
강화유리로 마감한 건물의 표면에는 LED 디스플레이 1만여 개가 설치되어 갖가지 영상을 표현하는 미디어 파사드로 활용된다.
해가 지면 건물 표면에 빨간 불꽃의 형상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점차 거대한 불길이 타오르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파랑, 빨강, 초록의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타워의 유려한 곡면은 파라메트릭 모델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섬세한 귀금속을 가공하는 필리그리 공법으로 시공됐다.
2007년에 착공한 이 타워는 7년 만에 완공돼 '영원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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