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아무도 날 돌보지 않아"..네 자녀 상대로 엄마가 소송

세계일보 2016.10.12. 14:32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쓰촨(四川) 성 펑저우(彭州) 시의 한 시골 마을.

이날 마을 농지에서 열린 재판을 보려 주민 100여명이 몰렸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서로 마주 보고 앉은 네 자녀와 한 할머니를 향해 번갈아 시선을 돌렸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73세 할머니는 네 자녀를 상대로 앞서 소송을 제기했다. 할머니는 딸 하나와 아들 셋을 뒀다.

소송이라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서운함에 가까웠다. 연방 순회 재판소 주재로 열린 재판에서 할머니는 자녀들이 자기를 돌보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큰아들 가족과 살겠다. 둘째, 매달 30kg에 달하는 쌀을 자기에게 달라. 셋째, 매달 100위안씩 총 400위안(약 6만7000원)을 생활비로 달라. 마지막으로 매년 자기 생일과 명절 때 자녀들이 찾아와달라 등이다.

할머니는 오래전 남편을 먼저 하늘로 떠나 보낸 뒤,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이 왕래를 끊자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려 재판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중국 인민망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네 자녀는 매달 생활비를 어머니에게 보내는 데는 합의했다. 하지만 누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저마다 생계 문제가 달린 탓에 어머니 부양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최종 결정은 이번달 말쯤 내려진다. 과연 네 자녀는 어머니 부양 문제에 뜻을 모을 수 있을까?

인민망은 “이번 재판은 과정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며 “부모 부양과 관련해 생각하게 만든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 농민은 “유산 상속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자녀에게 부모 부양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린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심지어 출가한 딸에게도 같은 책임을 지운다는 게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모를 모시겠다는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한 아들이 약속을 어겼다면 다시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땅과 주식 등을 물려받은 아들이 부양을 누나와 가사 도우미에게 떠넘기자 참다못한 부모가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의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절차를 진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던 원심을 확정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인민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