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달빛이 환할 날이면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쉰다. 보름달이 뜨는 전후 일주일 정도를 월명기(月明期)라고 해서 아예 출어를 하지 않는다. 먹고살기가 힘들어도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는 거의 없다. 달빛이 너무 밝으면 물고기들이 바닷속 깊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고기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휴식을 취하거나 구멍 난 그물을 손질하며 시간을 보낸다.
인생사라고 다르겠는가. 자신의 힘과 지위가 최고조에 이를 때에는 오히려 몸을 낮추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기 이익이나 이권을 향해 출어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고 명예를 지키는 비결이다.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도 따지고 보면 권력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자들이 이런 월명기의 지혜를 거꾸로 읽은 탓이 아닐까. 그들은 대통령의 힘이 보름달처럼 차오르자 바다 밑바닥까지 탐욕의 그물을 내렸다. 권력을 집어등 삼아 싹쓸이하듯 자기 배를 채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 탐욕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쥐덫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 만족할 줄을 알아 항상 만족하면 죽을 때까지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아 항상 그치면 죽을 때까지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훗날 욕됨이 없도록 미리 과욕을 삼가라는 가르침이다.
십 년 가는 권세가 없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제 아무리 밝은 슈퍼 문이라고 해도 점차 작아지게 마련이다. 달을 정복한 지 반세기가 가까워졌지만 이런 이치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68년 만에 지구별을 찾는 슈퍼 문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꾸짖고 있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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