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던 시절 말 한 필의 가치는 지금의 최고급 승용차에 비견될 수 있다. 왕·귀족들은 앞다퉈 좋은 말을 구해 온갖 치장에 정성을 쏟았고, 승마라는 스포츠로 잘 키운 애마를 뽐냈다. 그러니 승마는 왕·귀족·부자 스포츠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굳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손녀인 자라 필립스의 예를 들 필요도 없겠다. 수십억~수백억원짜리 명마를 구입해야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다니 ‘흙수저’가 어찌 감히 도전하겠는가. 게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고려대)를 비롯해 최순실씨의 딸(정유라·이화여대)과 조카(장시호·연세대)가 이른바 명문대에 합격한 이력을 보라. 돈 많고 권세 있는 자들의 스포츠임이 틀림없다.
네로 황제가 떠오른다. 그리스 여행 중 올림피아 축제의 승마경주에 출전했지만 낙마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꼴찌로 골인한 황제를 우승자로 선포했다. 네로는 그리스에 대한 면세 조치로 화답했다.
말은 네 살 어린이의 지능지수를 갖고 있다. 주인과 교감을 나눈 말은 뭔가 다르다. 숨을 몰아쉬며 버티다가 주인이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히 눈을 감는 말이 있다. 반면에 주인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죽는 말이 있다. 이것은 주인과 말이 교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10억원이 넘는 말을 사줬다는 소식이 들린다. ‘능력없는 부모를 탓해. 돈도 능력이야’란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철없는 이였다. 그는 금쪽같은 말은 못해도 금값 하는 말은 가질 자격이 있는가 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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