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 10. 15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이철원 일러스트기자)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하씨네 집은 남쪽 포구에 깊숙이 꽂혀 있어 문밖에는 망망한 바닷물이 구름을 치고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 펼쳐진 갈대밭은 저녁 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뒤흔들리네. 갈대는 두 길보다 크게 자라서 일찍 핀 꽃은 옅게 희고 늦게 핀 꽃은 새하얀데 반은 솟고 반은 꺾어져 제방 따라 어지러운 갈대꽃이 사각사각 배로 다가와 얼굴을 스치고 가네. | 南湖放舟 河家屋子揷湖濆(하가옥자삽호분) 門外茫茫水拍雲(문외망망수박운) 極望葦梢平似剪(극망위초평사전) 晩風回處一紛紜(만풍회처일분운) 蘆葦生成二丈强(노위생성이장강) 早花虛白晩花蒼(조화허백만화창) 半披半折沿隄亂(반피반절연제란) 瑟瑟舟前掠面長(슬슬주전약면장) |
낙하생(洛下生) 이학규(李學逵·1770∼1835)가 1821년의 깊어가는 가을날 김해에서 썼다.
앞바다 남호(南湖)에 배를 띄우려다가 낙동강 하구에 펼쳐진 풍경을 읊은 14수 가운데
두 번째와 네 번째 시다.
구름까지 닿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갈대밭은 장관을 이루며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다.
갈대잎은 저물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제히 흔들리며 수런대고,
흰 갈대꽃은 갈대밭 사이로 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시인의 얼굴을 스치고 달아났다.
저물녘 갈대밭의 장관을 보며 넋을 잃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391] 연서조저(燃犀照渚) (0) | 2016.11.09 |
---|---|
[가슴으로 읽는 한시] 세상 물정 (0) | 2016.11.06 |
[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을 감상 (0) | 2016.11.05 |
그림(月下情人: 월하정인) 속 男女 데이트 시각은 1793년 8월 21일 자정 (0) | 2016.11.04 |
[정민의 世說新語] [390] 원굴옹알(冤屈壅閼) (0) | 2016.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