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05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세상 물정 아침 되어 손뼉 치고 하느님께 감사하며 만 섬의 괜한 시름 한바탕 웃고 털어버리자 죽을 때는 살고 싶어 발버둥쳐도 나중에는 틀림없이 후회할 테고 하는 일마다 소원대로 풀린다면 궁지에 내몰릴 자 있을까? 학이 날아왔건만 매화 떨어진 뒤라서 한탄스럽고 나귀를 잃고 난 뒤 눈이 막 오니 아깝기 한량없네. 아무렴 어떠랴! 아득한 동방의 역사에서 관악산 밑에 살던 이 늙은이를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해도. | 物情 朝來拍手謝天公(조래박수사천공)
萬斛閒愁一笑空(만곡한수일소공) 死苦蘄生應自悔(사고기생응자회)
事皆如願豈爲窮(사개여원기위궁) 鶴到可嘆梅落後(학도가탄매락후)
驢亡偏惜雪來中(여망편석설래중) 何妨百代東韓史(하방백대동한사)
不記冠山有此翁(불기관산유차옹) |
영조 때 숱한 정치적 파란을 겪은 관양(冠陽) 이광덕(李匡德·1690~1748)이 밤새 세상 걱정하다가 선잠을 깼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니 모든 걱정 툴툴 털어버리자.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 그런 인생 어디에도 없다.
요사이 나는 되는 일 하나 없어 탄식할 일, 아까운 일투성이다.
하지만 세상 물정이 원래 그러니 다 괜찮다.
관악산 밑에 살던 제법 훌륭한 이 인간을 이 세상이,
이 역사가 영영 잊어도 좋다.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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