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스피츠베크의 ‘선인장 친구’ (1856년께, 슈바인푸르트 게오르그 셰퍼 미술관)
한 노인이 두 손으로 선인장 화분을 들고 있다. 그는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듯 지긋한 눈빛으로 선인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선인장은 손에 들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의 앞쪽 난간 위에는 갖가지 종류의 선인장 화분이 빼곡하다.
그는 세상사와는 담을 쌓고 마치 선인장과 사랑에라도 빠진 것 같다.
19세기 바바리아(현재의 남부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대)의 화가 카를 스피츠베크(1808~1885)의 ‘선인장 친구’는 당대의 착잡한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화가가 살았던 비더마이어 시대(1815~1848)는 중앙유럽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적 격변기였다. 반(反)나폴레옹 동맹의 선봉에 선 메테르니히는 군주제를 강화하고 자유주의적 움직임을 철저히 억압했기
때문이다. 이런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화가가 현실과 문을 닫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차라리
선인장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나았으리라.
요즘도 사람들은 화분 속 식물과 여전히 대화를 나눈다. 이제는 정치적 억압의 출구가 아니라 사회생활 속에서 쌓인 긴장을
해소해주는 정서적 동반자라는 이유에서다. 우왕좌왕하는 인간과 다르게 그들은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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