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로렌스의 ‘머레이양’ ( 1826, 런던 켄우드하우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깜찍한 여자아이가 치마 위에 꽃잎을 수북이 담은 채 누군가에게 내밀고 있다.
예쁘니까 봐달라는 눈치다. 그런데 그냥 봐달라는 게 아니다. 소녀는 꽃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
그 천진한 아름다움은 어른들의 넋을 빼앗아갈 정도다.
그림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의 정치가 조지 머레이 경의 딸인 루이즈 머레이로 훗날 말보로 공작의 손자와 결혼한다. 안타깝게
도 그는 5년 뒤 남편과 사별한다. 그래서일까. 천진한 소녀의 아름다움은 그에게 닥칠 비극적인 운명과 뚜렷이 대비된다.
토머스 로렌스(1769~1830)가 그린 머레이 양의 초상은 화가의 말년 작품으로 그림을 완성한 뒤 그는 머레이 경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불과 몇 달 뒤에 사라질지도 모를 아이의 천진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려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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