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푸츠의 ‘조용한 숲’ (1925, 캔버스에 유채, 소장처 불명)
20세기 초 독일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인 레오 푸츠(1869~1940). 그는 이름만 보면 독일계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곳은
이탈리아 땅인 티롤. 어릴 적부터 못 말리는 고집불통이었던 그는 16세 때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되기 위해
뮌헨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그곳의 꽉 짜인 교육과정에 갑갑함을 느꼈다.
발걸음을 파리로 옮겼다. 아카데미 쥘리앙에 등록했지만 그곳의 공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은 울타리 밖의
인상파와 후기인상파에 쏠렸다. 그의 관심은 늘 전통이 쌓아놓은 지형도 밖에 있었다.
1899년 뮌헨으로 돌아간 그는 전통 미술에 반기를 들고 생활 속에서 예술을 지향한 ‘유겐트스틸(젊은 양식이라는 뜻)’
운동에 가담했다. 같은 해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중심이 돼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빈 분리파 운동에 가세했다.
1928년부터는 남미에 5년간 머무르며 아마존의 야생을 체험했다. 전통에서의 이탈도 모자라 공간적 이탈까지 감행한 것이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가로막은 것은 나치였다. 규범을 거부하는 그의 반골기질은 퇴폐작가로 낙인찍히는 빌미가 됐다.
숲 속에서 누드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두 젊은 여성을 그린 ‘조용한 숲’은 그가 왜 나치의 심기를 거슬렀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윤리도 색채와 형태의 규범도 사라진, 자유로운 예술혼에 의해 달성된 미의 극치를 보고 나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칼보다 무서운 것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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