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07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최근 민심은 대통령뿐 아니라 여당에 대해서도 차갑게 돌아섰다.
지난주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현 정국(政局)을 해결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노력'에 대해
'잘하고 있다'가 5%였고 '잘못하고 있다'가 91%였다.
보수층도 새누리당에 대한 긍정 평가가 8%에 불과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새누리당 간판과 구성원으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보수층마저도 외면하는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국민 다수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노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가 '잘하고 있다'(30%)의 갑절을 넘는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8%)가 긍정 평가(31%)의 두 배가량이었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직격탄은 여당이 맞았지만 민심은 야당도 탐탁해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 평가는 각각 79%와 72%에 달했다.
지금의 여당에서 마음이 떠난 보수층이 야당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보수층과 진보층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최순실 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인 9월 말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념 성향을 묻자
'나는 보수'란 응답이 42%였지만 최근 조사에선 28%였다.
같은 기간에 '나는 진보'란 응답도 38%에서 29%로 낮아졌다.
두 달 사이에 보수층은 14%포인트, 진보층은 9%포인트 줄었다.
그 사이 중도층은 20%에서 43%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많은 국민이 여야(與野) 구분 없이 정치권 전반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현재 기준으로 내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이번엔 자신을 선택하리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솅크먼이 저서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에서
정치의 실패와 관련해 유권자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어리석은 투표를 한 유권자의 특징으로 무지와 태만 등을 꼽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상당수 유권자는 '둘 중에 누가 덜 나쁜지' 가려야 하는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하는
심정으로 투표했다. 당시 한사코 피하고 싶었던 쪽에 흔쾌히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촛불'을 의식한 야권 대선후보들의 말이 거칠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보수와 진보' '독재와 반독재' '금수저와 흙수저'로 피아(彼我) 구분을 하며 진영 논리를 폈다.
독설(毒舌)로 눈길을 끌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끌어 잡아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주자"고 했다.
야당 대선 후보들의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선명성 경쟁이 과해질수록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도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여론조사에서 촛불 집회에 대한 공감이 80%를 넘는 것을 보며 내심 반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야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은 30%에 그치고 있다.
야당이 '촛불'을 우군(友軍)으로 여기며 대선 결과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기의 대한민국…] "권위주의 아닌 민주적 보수로 내각제·완전국민경선 도입을" (0) | 2016.12.08 |
---|---|
[사설] 文 "탄핵돼도 즉각 하야하라"라니, 권력욕은 거두길 (0) | 2016.12.07 |
[선우정 칼럼] 他者의 시선 (0) | 2016.12.07 |
[글로벌 아이] 키신저의 조언 (0) | 2016.12.06 |
[위기의 대한민국… ] "굴욕감에 광장을 가득 채운 분노… 이젠 理性의 민주주의 작동할 때" (0) | 2016.12.06 |